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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14:18

가운데 박힌 무지갯빛 애플 로고가 그리울 듯하다.


아는 동생에게 집에 있는 매킨토시 중 한 대를 넘겼다. 그 친구는 최근에 결혼도 하고 맥북도 샀는데, 아내에게 클래식 환경으로 쿼크익스프레스(QuarkXpress)를 돌릴 수 있다고 한 모양이다. 아내가 디자이너라서 최신 매킨토시에 탁상출판 프로그램(DTP)인 쿼크를 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수지맞은 일은 없을 테니까. 더군다나 요즘은 윈도도 돌아가지 않는가. 

그렇지만 애플은 맥오에스(Mac OS) 10.5 레오파드(Leopard)를 내놓으면서 공식적으로 클래식 환경 지원을 끊었다. 이 친구가 클래식 환경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내게 전화했는데 나라고 무슨... 대신에 집에 남는 매킨토시가 있으니까 필요하면 가져다 쓰라고 했다. 이 파워북 월스트리트는 1998년에 나온 놈이다. 시피유는 지(G)3를 쓴다. 10년이 넘었는데 잘 돌아갈지 모르겠다. 못 쓰겠으면 돌려달라고 했다.   

내가 이 오래된 파워북을 중고로 산 것도 쿼크 때문이었다. 2007년 봄에 4년 정도 쓴 파워맥을 팔고 맥북으로 넘어오면서 거의 쿼크를 쓸 일이 없었지만, 그 '거의'에 잡히지 않는 아주 드문 일 탓에 한 대 장만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 5만 원에 사 지금껏 한 스무 번 정도 쓴 거 같다. 무지 무겁고, 안에 들어 있는 충전지가 방전되어 전원을 꼽고 좀 많이 기다려야 부팅하는 놈이었다. 막상 보내려고 하니 아깝고 아쉽기는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이삿짐에서 꺼내기조차 안 했는데 또 쓸 일이 있을까 싶었다.  

이놈의 쿼크. 재미있는 건 애플이 클래식 환경에서 온전히 맥오에스 엑스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들 또한 거의 모두 클래식 환경에서 오에스 엑스로 넘어갔지만, '거의 모두'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매킨토시 이용자들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아주 많은 출판사, 디자인 사무실, 출력소에서 쿼크를, 그것도 1996년에 나온 3.3k를 쓰고 있는 형편이다.  

먼저 출력소에서는 완전하게 자리 잡은 쿼크 대신 다른 프로그램을 시험해 볼 이유가 없고, 디자이너도 익숙한 프로그램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쿼크의 굼뜬 대응도 문제였다. 애플은 오래전부터 오에스 엑스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쿼크가 오에스 엑스용을 내놓은 건 한참 뒤인 2003년이었다. 그사이에 어도비는 인디자인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 역전에 성공했다. 

쿼크를 제대로 쓰려면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았다. 쿼크 자체도 비쌌고, 프스트스크립 프린터랑 서체가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피디에프(pdf)로 변환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반면에 인디자인은 시에스(CS, Creative Suite)로 사면 쿼크 하나 값에 인디자인, 포토숍, 일러스트레이터, 아크로뱃을 살 수 있고, 비싼 프린터가 필요없다. 피디에프 변환은 기본이었다. 

이제는 출력소에서도 인디자인 출력, 피디에프 출력을 지원하고, 인디자인을 쓰는 디자이너도 많이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세는 인디자인으로 기운 듯하다. 조만간 쿼크익스프레스는 옛날 자료를 열어 볼 때나 쓰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시장을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것보다 여러 회사가 경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가끔은 빠릿빠릿한 쿼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새해에는 쿼크가 더 분발하기를 바란다.   

이제 남은 클래식 II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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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8 23:26
난 어쩔 수 없는 마감 인생인가 보다. 유가환급금이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는 오래 전에 들었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내일 내일 하며 미루다 드디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감이 11월 30일이란다. 부랴부랴 서둘러 인터넷으로 신청하기는 했지만, 아뿔싸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이라는 걸 떼어 오란다. 다행히 지경진 팀장님이 미리 준비해 놓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또 혼자서 '난 왜 만날 이 모양일까' 하며 자책이나 하고 있을 게 뻔했다. 아무튼 관할 마포세무서 가서 신청하고 금방 돌아왔다. 무엇보다 지경진 팀장님의 준비성이 감탄스럽다.   

저녁에는 민언련 사진 강좌 다녀왔다. 민언련 사무실에 지난주에 작업한 <날자꾸나 민언련> 11월호가 막 나와 있었다. <날자꾸나 민언련>은 가로 182mm, 세로 200mm인 판형으로 나는 이 판형이 꽤 재미있는 판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흔한 국판,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A5(148mm x 210mm)로 알고 있는 판형보다 가로가 훨씬 넓어서 시원해 보이고, 디자인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내년 <날자꾸나 민언련> 1월호 작업할 때는 변화를 많이 줄 생각이다, 아마도. 

디자인이라는 일이 단순하게 작업하면 후딱 해치우고 딴청 부릴 수 있는 일이지만, 한 번 해 보자고 달려들면 끝도 없이 '마우스질'을 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다.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과 어느 구석도 놓치지 않는 세밀함을 다 갖추어야 한다. 그뿐인가. 무사히 일을 끝내도 인쇄 문제가 없어야 하고, '갑'에게서 별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난 대개 사흘 정도 별소리 나올까 조마조마하며 지내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인쇄 사고가 크게 터진 적은 없었고 욕먹을 일도 없었다. 

이번 11월호를 만들면서 신기한 일이 하나 있었다. 뒤표지에 광고를 만들어 넣었는데 피디에프(pdf)로 변환해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까닭을 찾는 데 세 시간 정도 들었다. 글 상자와 그림 상자를 하나씩 지워 가며 살펴봐야 했다. 결국 원인을 찾았는데 점 하나가 문제였다. 그 점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점 하나 때문에 피디에프 변환이 안 된 것이었다. 왜 그 점이 문제였는지 아직도 모른다. 인쇄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고 내가 오랜 시간 들인 공을 허무하게 날려 버릴 뻔한 것이 점 하나 때문이라는 사실에 어처구니 없지만, 원래 일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점 하나뿐일지라도 허투루 본다면 그 오랜 수고가 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점 하나에도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 이것이 내가 지금껏 밥 벌어먹고 살며 배운 교훈이다.  

시네마디스플레이가 고장나 요즘은 그냥 맥북프로로만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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