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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엔드 효과'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 9. 22. 15:38
이럴 때마다 '사랑과 평화'가 부른 노래 <한동안 뜸했었지>가 생각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또 일기를 안 썼다. 한 넉 달 정도. 그 사이에 이 블로그에는 때때로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8월 9일이 마지막이었고, 그마저도 쓰다만 글이었다.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들이 내가 글 쓰는 것을 더욱 방해했다고 할까? 하여간 그랬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다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소식을 먼저 들으려 할까? 난 이쪽으로는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나쁜 소식을 먼저 듣겠다 할 것이다, 아마. 그래서 소식을 전할 때도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먼저 전한다. 내게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하나씩 있다. 그럼 먼저 안 좋은 소식부터 전하겠다. 나, 회사 그만뒀다. 그럼 좋은 소식은? 나, 회사 때려치웠다. 뭐 그렇게 되었다. 난 최소한 내년 2월까지 어떻게든 일년은 버티려고 했는데 뭐 그렇게 되었다.

<행동경제학> 편집하면서 배운 개념 가운데 하나가 '피크 엔드 효과'(peak end effect)다. 어떤 일이나 과정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가장 강렬한(peak) 느낌과 마지막(end) 느낌이라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과정 전체를 종합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느낌에 좌우된다는 소리다. 회사 그만둘 때 내가 느낀 바를 얘기하자면 이 이론이 맞는 듯하다. 지난 일곱 달(정확하게는 여섯 달 보름) 동안 사장이 아무리 좋게 보였다고 해도 마지막 보름 동안 보여 준 지저분함은 다 덮을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만 쓰겠다. 사장이 그랬다. 나 때문에라도 더 악랄한 경영자가 되어야겠다고. 무슨 말인가 하면, '무능한' 나를 진작에 짤랐어야 하는데 자기가 너무 마음이 여려 차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여기서 내가 무능한지 어쩐지는 더 쓰지 않겠다. 나라고 왜 할 말이 없겠나). 참 기가 막혔다. 일곱 달 동안 어이없고 경우 없는 일을 많이 당했지만 마지막까지 이 모양이니, 박복한 내 팔자를 어디 가서 하소연한단 말인가. 내가 듣기로는, 여기에서 일한 편집자 가운데 여덟 달을 넘긴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보름 일한 사람도 있었다는 전례를 끄집어 내면 내가 버틴 일곱 달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을 게다. 더군다나 한 달만 더 있으면 기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왜 이렇게 편집자가 자꾸 갈리는 것일까? 그동안 거쳐 간 편집자들이 모두 다 무능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정작 깨우쳐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정작 무능한 사람은 누구?

이런저런 줄다리기 끝에 한가위 연휴 끝나면 그만두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지난 일곱 달 동안 가시방석이었다. '오늘'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다녔다. 달품팔이 신세를 얘기할 때면 윗도리에 항상 넣고 다닌다는 사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딱 내 마음이 그랬다. 말 같지도 않은 원고를 그럴 듯하게 새로 쓸 때도, 보도 자료를 만들 때도 그랬다. 이걸 내일 아침까지 쓰든지 아니면 사표를 쓰든지 둘 중 하나는 써야 한다고. 지난 여섯 달 동안 주말이나 일요일에도 일 생각에 편히 쉬지 못했다. 처음으로 맘 편하게 쉰 게 8월 15일 광복절 연휴였으니까.

요즘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고 있다. 봄부터 못 보고 쌓아 놓은 신문이 꽤 된다. 지난 주부터 그걸 몰아 읽고 있는데 거진 반 정도 본 거 같다. 이제는 전혀 새로운 소식(news)이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어떤 기사가 정확히 예측했는지 어떤 기사가 헛다리 짚었는지 찾아보며 읽는 재미로 신문을 되짚어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20세기 소년>도 24권(<21세기 소년 상, 하>까지 해서)을 모두 빌려다 봤다. 마포도서관, 서강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는 건 여전하고. 최근 한 달 동안 읽은 책이 꽤 된다. <햄릿>, <나비가 없는 세상>, <얘들아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니?>, <웨스팅 게임>, <한밤의 숨바꼭질>, <희망의 결말>, <완득이>, <달콤한 나의 도시>.

무엇보다도 설악산 다녀올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처럼 힘들게 대청봉을 오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아침에는 유숙이 누나랑 같이 안산에 가고, 저녁 때는 혼자 한강을 따라 달린다. 달리기 때문에 초시계가 하나 필요한데 자꾸 아이포드 나노에 눈이 가서 고민이다. 얼마 전에 2002년에 산 내 아이포드가 망가졌다. 음악도 듣고 싶고 초시계 기능도 필요하고.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지난 일곱 달 동안 나름대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아 최소한 내가 퇴보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앞으로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지금껏 그래 왔던 대로 내 길을 꾸준히 갈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여섯 달 보름 동안 내가 다닌 회사 지형출판사. 참 허름한 문패다.


사무실 내 자리. 여름에 찍어 놓은 사진이다.


2008년 9월 15일 저녁 지형출판사 마지막날.



강인성 | 2008.11.25 19: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출판사치고는 진짜 허름해요...

문패가... 문뜩 떠오르는 개그문구...( 이게 뭐니....ㅡ,ㅡ;;)

장원형... 죄송해요....;ㅡ,ㅡ; 꾸벅...
Favicon of https://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8.11.26 00: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뭐 죄송하기까지 하니, 사실이 그런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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