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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06.26 20:41
요즘 내 글을 써 올릴 짬을 내지 못하고 남이 쓴 글이나 퍼 나르고 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사람들 만나는 것 때문인 거 같다. 내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 말이다. 이제는 사람 만나는 걸 줄여야겠다. 어차피 다음 주부터는 책 몇 권을 진행해야 한다. 뜻풀이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천의무봉'은 원래 같이 읽기에 좋은 글을 퍼 나를 꼭지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 꼭지를 관심 있게 읽어 주길 바란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오늘은 김구 선생이 안두희가 쏜 총탄에 목숨을 잃은 날이다. 벌써 선생께서 이 세상을 버리신 지 59년이 지났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그분이 바라시던 민주주의는 이 땅에 꽃을 피웠는가? 그분이 원하시던 아름다운 나라는?

88만 원 이하 저임금은 없애자

1998년 외환 위기 직후 갑자기 실업자가 되었다. 몇 달을 보내다가 ‘공부나 해야겠다’며 늦깎이로 학교를 다녔다. 20년 만에 대학의 젊은 벗들과 어울리다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하는 공부가 대부분 취직시험 준비’라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70년대는 캠퍼스에 경찰 병력이 상주하고,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 몇 장 뿌렸다는 이유로 5년, 7년 실형을 선고받던 시절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즘 학생들은 훨씬 행복한 세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 사는 데 그다지 도움이 안 될 취직시험 준비나 하며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을 보면, 70~80년대 학생들이 더 행복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세대간 차이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져서인지 <88만원 세대>가 널리 읽히고 있다 한다. 386세대는 학점이 나빠도 직장을 골라가며 취직했지만, 요즘 20대는 대부분 비정규직 신세다. 이러한 세대간 불균형은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의 폐해가 정치적 자기보호 능력이 없는 20대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대간 불균형을 너무 강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번쯤 읽어볼 책으로 권할 만하다.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폐해가 반드시 20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 1600만 명 가운데 한 달 월급이 88만 원 이하인 사람은 309만 명이다. 20대 이하는 71만 명이고, 30대 이상은 219만 명이다. 미혼 남자는 39만 명, 미혼 여자는 43만 명인데, 기혼 남자는 53만 명이고 기혼 여자가 174만 명이다. 따라서 20대 미혼 남녀뿐만 아니라 30대 이상 기혼 남녀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한 달 월급이 88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 계층이 5명 중 1명꼴로 폭넓게 존재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뿐 아니라 그나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 공정임금을 보장하여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효과적이고, 연령간·남녀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임금 불평등이 낮고 저임금 계층 비율도 낮다’고 한 데서도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3770원이고, 월급으로 환산하면 79만 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번 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20% 오른 95만 원을 제시한 데 견줘, 재계는 2% 오른 80만 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70년대에 노동자들이 즐겨 부른 “요즈음 지식인은 머리가 나빠요. 물가가 올랐으면 임금도 올라야죠”라는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몇 해 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노동칙령에서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다. “인간을 위한 노동이지, 노동을 위한 인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종류가 얼마간 객관적 가치를 달리하더라도, 노동의 주체인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 척도로 판단해야 한다. 사람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종류가 무엇이든, 그것이 아무리 단조롭고 단순한 서비스일지라도, 노동을 수행하는 목적은 항상 인간이다.”
고위 관료와 공공기업 임원에게는 억대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노동자 5명 중 1명꼴로 한 달 월급 88만 원, 연봉 1천만 원조차 지급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귀담아들어야 할 말씀이다. 내년에는 88만 원 이하 저임금이 사라지도록 최저임금위원회가 88만 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기를 바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원문: 한겨레신문 2008년 6월 26일 객원논설위원 칼럼

천의무봉(天衣無縫) [명사]
1. 천사가 입는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함을 이르는 말. 《태평광기》에 쓰인 곽한(郭翰) 이야기에 나오는 말로, 주로 시가(詩歌)나 문장에 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2. 완전무결하여 흠이 없음을 이르는 말.
3. 세상사에 물들지 아니한 어린이와 같은 순진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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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3 23:28
이사 와서 좋은 점 하나가 맘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맘 편하게'라고 쓴 것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다. 차라리 '몸 편하게'가 맞겠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전에 광명 살 때는 내 '금 같고 은 같은' 시디가 상할까 봐 잃어버릴까 봐 이삿짐 상자에서 꺼내 놓지를 못했다. 책은 쉽게 절판되지 않아서 상하거나 없어져도 다시 구할 수는 있지만, 요즘처럼 음반 산업이 죽어 있을 때는 시디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책장 위에 올려 놓은 상자를 내려서 시디를 골라야 했다. 시디 한 장 찾으려면 두세 상자는 꺼내 봐야 했으니 몸이 편하려야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책상 바로 옆에 시디장이 하나 붙어 있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큰맘 먹고 시디랑 디브이디를 꼽아 놓을 장을 하나 짰다.

요즘 주로 듣는 건, 여전히 팻 메시니와 에이브릴 라빈이랑 엘리엇 스미스다. 특히 엘리엇 스미스 음악이 많이 그리웠다. 전에 은경이가 구워 준 시디에 엘리엇 스미스 음악이 많이 있었는데 몇 번 이사하고 나서는 그 시디가 어디 있는지 찾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새로 엘리엇 스미스 시디 두 장을 사서 듣고 있다. 거의 자살이 예정되어 있는 목소리와 음악이 아닌가 싶다.

어제 늦게 잠들었는데 일찍 깼다. 5시 30분쯤 깨서 누워 있다가 8시쯤 회사 갔다. 아침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밍그적(사전 찾아 보니 '밍그적거리다'라는 말은 북한 말이라고 한다. 남쪽 말은 '뭉그적거리다'라고 한다. 그럼 내가 지금껏 '밍그적거리다'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나를 그렇게 가르친 사람이 바로 간첩이란 소린가?)거리고 있다 문득 떠오른 말이 있다.
"욕망에 끌려 다니지 말자."
(처음에는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말이 생각났는데, 그 말보다는 '욕망에 끌려 다니지 말자'는 표현이 더 깔끔하다 싶다.)

이래저래 인간은 욕망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목숨붙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으로서 기품이나 품위는 잃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 지금 내 모습이 욕망에 푹 빠져 있는 꼬락서니기는 하다. 혼자 있으니 넘쳐 나는 자유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꽉 잡힌 회사 일정에 맞춰 열심히 몸과 머리를 굴리고 있지만 토요일 일요일 쉬는 날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나마 어제는 명희 누나랑 희진이랑 수다라도 떨어서 괜찮게 보낸 하루였기에 다행이기는 하다. 두 사람 덕분에 내 업보를 줄일 수 있었으니까. 하여간 사람으로 산다는 게 그렇게 만만한 건 아니다. 그래도 난 사람으로 살아남고 싶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그런 얘기는 아니다. 다만 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말이다.

오늘 신문 읽다가 그리고 오랜만에 산 <팝툰>에서 좋은 글귀를 찾았다. 먼저 <팝툰>에서.

"...... 악연이 천생연분으로 끝나는 건 트렌디 드라마의 공식 같은 건대 그렇다면 시대를 조금이나마 앞서 나가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팝툰> 29호 편집장 이성욱이 쓴 글에서)

2006년 노벨 문학상을 탄,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이 우리나라에 왔다. <한겨레>에 오르한 파무크와 황석영이 나눈 대담이 실렸는데 조금 옮겨 본다.

"책상 앞에 혼자 앉아서 글을 쓴 35년 동안 보이지 않는 경계를 끊임없이 발견했다. 작가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 삶을 제약하는 것들을 깨서 일상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작가 황석영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여태껏 썼던 작품들은 모두 경계를 넘나들고, 경계를 깨거나 경계에 속박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회적 경계, 국가적 경계와 우리 안에 내면화해 있는 여러 경계를 뛰어넘고, 서로 다른 바를 인정하면서 다원주의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작가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한겨레>에서 본 기사와 저녁에 <팝툰>에서 읽은 글. 난 이게 같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만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라는 것쯤은 알아서 이치에 맞게 머리가 돌아가는 목숨붙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누구 말대로, 구태여 인간이 필요가 있을까? 물론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욕망에만 이끌리는 따라지목숨에서 벗어나려면 한번쯤 생각해 볼 거리들이 아닌가 싶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사람으로 사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정주 | 2008.10.24 09: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떤 모임에 대화자로 초청받았는데 위의 글을 좀 인용할게요. 그냥 가져가려다가..^^
Favicon of https://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8.10.24 15: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해. 초청받았다니 부럽다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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