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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2. 08:53
[수불석권]
2008. 12. 18. 16:18
[요산요수]
'AM 3:35' 휴대폰에 찍혀 있는 시각이었다. 그 새벽에 잠이 깼다. 어젯밤에 11시 30분쯤 잤으니 한 네 시간 정도 잔 셈이다. 요즘 이렇다. 잠을 토막토막 쪼개서 잔다. 뭔 걱정이 그리 많은지. 걱정 가운데 90퍼센트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걱정거리라는데 말이다. 내 속을 썩이던 알바를 거의 마무리했다 싶으니, 이제는 먹고사는 게 걱정이다. 직장을 잡는다 해도 걱정이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도 당연하고. 참 산 넘어 산이다. 물론 난 '태산이 높다 하나 하늘 아래 뫼일 뿐'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다음 주다. 이건 정말 내게 초모룽마(티베트 사람들이 에베레스트를 부르는 말)만 하다.
며칠 이 모양으로 잠을 설치니까 더 자야만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더 자고 싶어서가 아니라 '보람찬 하루 일을 끝'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이불 속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전전반측하다 북한산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5시 30분에 집을 나와 이른 아침밥을 사 먹었다. 그러고는 물 한 병 사 가지고 지하철을 탔다.
며칠 이 모양으로 잠을 설치니까 더 자야만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더 자고 싶어서가 아니라 '보람찬 하루 일을 끝'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이불 속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전전반측하다 북한산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5시 30분에 집을 나와 이른 아침밥을 사 먹었다. 그러고는 물 한 병 사 가지고 지하철을 탔다.
일단 방향은 집에서 가까운 독바위역으로 잡았다. 독바위역은 나가는 곳이 한 곳뿐이라 금방 방향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낭패였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물어 걷다가 구기터널 쪽 용화공원 지킴터라는 곳에 이르렀고 거기서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시각이 7시 55분이었다. 한 30분 정도 헤맨 것이다. 오늘은 오전에 간단히 몸 푸는 정도만 다녀오려고 했기에 향로봉까지만 가려고 했다. 그런데 용화공원 지킴터에서 오르는 길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산길이라고 할 게 없었다. 온통 바위 투성이고 딱히 길 안내하는 표지도 없었다. 오르는 내내 '이 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방향은 그저 봉우리가 보이는 쪽으로만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방향도 방향이지만 온통 바위 투성이라 무슨 암벽 등반하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10년이 다 되어 가는 내 등산화가 바닥에 딱 달라붙는 놀라운 접지력을 보여 주었다. 등산보다는 산책할 때 많이 신는 신발인데 역시 등산화는 등산화였다.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바위도 바위지만 앞에 써 놓았듯이 경사도 몹시 가팔랐다. 운동하러 왔다가 외려 내 염통이나 터뜨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산에 오르기 귀찮아서 지어낸 괜한 변명거리였나? 아무튼 향로봉은 고사하고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나 오르자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가다 쉬다 하면서 족두리봉에 올랐다. 한 50분 정도 걸린 거 같다.
그 바위 길로 내려오기가 겁이나 대호공원 쪽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사람 다닌 흔적 또한 또렷해 그 길만 따라가면 되었다. 물론 내려오는 시간이 오르는 시간보다 더 짧았다. 용화공원 쪽으로 올라올 때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오늘 등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10명으로 모두 대호공원 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5명씩으로 기막힌 성비를 이루었다고나 할까.
전에 주로 다니던 북한산성 쪽이나 우이동, 수유리 쪽 등산로는 그래도 길을 잘 닦아 놓은 편이었고 기울기도 비탈진 편이 아니라 산에 오르기가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용화공원 쪽에서 족두리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짧은 편이지만 가파르고 위험했다. 이거 잘못했다가는 장가보다 저 세상 구경을 먼저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 정도였으니까. 내려와 독바위역 옆에 서 있는 등산 안내도를 보았다. 이 지도만 내 눈에 띄었어도 좀 더 쉽게 다녀올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들었다.
거진 18개월만에 다시 찾은 북한산이다. 멀지 않아 자주 가고는 싶은데 글쎄, 새해에는 내 형편이 어떨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북한산에 가려고 한다. 이번에는 계획을 좀 잘 짜서 올 생각이다. 아마 불광동 매표소에서 시작해 향로봉(535m)이나 문수봉(727m)까지 가 보려고 한다. 원래 북한산은 삼각산이라 불리었다. 백운대(836m), 인수봉(810m), 만경대(800m) 이렇게 세 봉우리가 있어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다음에는 만경대도 가 보고 싶고,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비봉도 올라 보고 싶다.
족두리봉 정상에서 비둘기를 봤다. 재미있게도 이 놈들도 제 짝이 있더라. 이제 이런 염장은 산 속 깊은 곳에서도 피할 수 없나 보다. 그러게 다음 주에는 크리스마스도 끼어 있는데 어쩌나.
8시 20분께 찍은 사진인데 아직 달이 떠 있다. 18mm 렌즈로 찍어 달이 자그맣다.
헉헉거리며 올라왔는데 족두리봉은 고작 370미터밖에 안 되었다.
족두리봉에 올라 바라본 풍경. 은평구 마포구 쪽이다.
멀리 남산이 보이고 남산 오른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산은 관악산인 듯하다.
족두리봉에서 본 비둘기 커플.
비둘기 두 마리가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사뭇 건방지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