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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민'에 해당되는 글 5건
2008. 12. 8. 17:59

다만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먹고사는 데 대책이 없어 가난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번거롭게도 요즘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고쳐 쓰고 있다. 가끔씩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네 출판사에서 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느니, 자기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를 쓰라느니 하는 회사들이 있다. 그 가운데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자세히' 쓰라고 요구한 회사도 있었다. 그 회사 덕분에 996자를 새로 써야 했다. 위에 적힌 문장은 새로 쓴 글 가운데 한 문장이다. 


1991년에서 2001년까지 11년을 996자, 그러니까 200자 원고지 다섯 장으로 줄여 쓴 셈인데, 나는 원래 이 부분은 필요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이쪽 일을 시작한 2002년 이후만 적어도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뻔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자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어쩌구 저쩌구......" 남들 다 쓴다는 그런 내용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껏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 얼마나 실력을 쌓았는지만 쓰려고 했다. 사람을 뽑아야 하는 회사로서는 이 사람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잔가지를 쳐 내어 출판 경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어제 거여동 사는 막내 동생네 다녀왔다. 제수씨가 유민이에게 벙어리장갑이 필요하다고 전화한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 일인데 얼마 받지도 못하는 알바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어제 다녀왔다. 장갑은 핑계일 뿐이었다. 동생네 다녀간 게 작년 11월이다. 1년이 넘도록 가 보지 않았으니 놀러 오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잘 얻어먹고 왔다. 


밥 먹다 엄마 얘기가 잠깐 나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내가 심드렁하게 물었고 동생 또한 짧게 대답했다. "그냥 그냥 지내지 뭐." 그렇다면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그렇다. 결국 예언은 스러졌다. 우리에게 했던 그 많은 예언들, 그 많은 언약들이 모두 스러져 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섭리며,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우리 운명"이라던,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그토록 심오한 비밀들은 허황한 꿈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애당초 그것은 예언이 아니었다. 그저 부질없는 욕망, 정신 잃은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어리석었다. 그런 거짓말에 속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니다. 나는 그 말들을 믿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기름 부은 예언자의 정체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만이 제정신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그런 거짓 예언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 나약한 믿음을 탓하기도 했다. 어쩌면 예언이 성취되지 못한 이유가 모두 다 내 의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책해야 했다. 정말로 신이 그렇게 언약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 뒤로 십여 년이 흘렀다. 이제 자칭 예언자는 늙은이가 되어 막내 아들에게 얹혀살고 있다. 그런 늙은이에게 다시는 계시 따위는 없을 것이다. 아니, 한 번이라도 그런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결국 그렇게 예언은 아스라이 스러졌다. 예언이란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차라리 거짓말이거나 부질없는 욕망이었을 테니까. 


그 사이 조카 유민이도 많이 컸다. 작년에 봤을 때는 버르장머리 없이 누워만 있더니, 어제는 일어나 맞아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작년에 봤을 때는 아비를 닮아 그런지 생긴 게 꽤나 괴상하더니만, 이제는 제법 귀엽다. 아마 점점 아빠보다는 엄마를 닮아 가는 듯하다. 정말 다행이다. 귀찮아서 카메라를 챙겨 가지 않아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동생 부부에게는 유민이가 소심한 것이 걱정인가 보더라. 아빠 닮아서 그럴까 엄마 닮아서 그럴까? 그렇지만 돋아난 젖니라고는 8개뿐인 이 아기에게 세상은 아직 낯설 수밖에. 이제 겨우 세상을 열일곱 달 겪은 아기에게 바라기에는 무리지 않을까? 그렇지만 나는 유민이가 최소한 우리들보다 더 씩씩하게 자랄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어렸을 때 얼마나 사랑받았느냐 하는 점이라고 하는데, 유민이는 자기 삼촌들이 받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할머니라는 사람이 손자까지 망치려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유민이에게 형제(사촌 형제까지 해서)가 얼마나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막내 동생 얘기로는 하나 더 낳고 싶다고는 하지만,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만만한 선택은 아닐 테고, 최소한 큰아버지 쪽으로는 사촌 형제가 없을 것이고, 둘째 삼촌네도 하나 아니면 둘일 테고. 어쩌면 유민이가 유일한 손자일지도 모른다. 제발 아들들한테 저지른 잘못을 손자에게 똑같이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도 소심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막내 동생네 가족. 6월 1일 방이동에서 같이 냉면 먹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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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17. 01:26
오늘 막내가 네이트온으로 뭘 보내왔다. 순간 '아뿔싸' 했는데 늦었다. 난 이런저런 까닭으로 친척들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엄마라는 사람과 사이가 안 좋다. 지난 10년 동안 마주친 걸 따지자면 한 손으로도 충분히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제사라든지 하는 집안 행사가 있으면 어떻게든 안 가려고, 가더라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사실 삼촌이나 고모가 나보고 장가가라고 하는 잔소리는 정말 '잔'소리로 들어 넘길 수 있다. 결혼은 내게 중요한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바라지 않고 '거의'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까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는 절대 없을 테고. 그래서 유민이에게라도 잘해 주고 싶다. 나중에 유민이가 가출하더라도 '다 받아 줄' 큰아버지만 믿고 당당히 집을 뛰쳐나올 수 있게끔 해 주고 싶다. 이 글을 보면 제수씨가 기절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제수씨, 유민이 다른 데 가서 엉망이 되는 것보다는 이편이 낫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껏 내가 유민이에게 해 준 게 별로 없다는 건 말 그대로 사지(四知)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동생네 부부도 알고 내가 아는 바다. 그래서 동생에게 봉투에 얼마나 담아가야 하는지 물어봤다(보통 자기 조카 돌잔치에 얼마나 준비해 가는지 궁금하다). 동생은 그냥 유민이 장난감이나 하나 사 오라고 하는데 내가 꼬맹이들 장난감이 뭐가 있는지 아나. 그냥 봉투에 '좀' 넣어갈 테니 알아서 사 주라고 했다. 대신 내년 유민이 생일 때는 두 배로 넣어 주겠다고 했다. 내가 회사 얌전히만 잘 다니면 그 정도야 못 해 줄까 싶기는 한데 글쎄......

내게는 첫 조카인 유민이가 첫돌을 맞아 잔치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꼴을 갖추어 가는 유민이를 보면 나도 흐뭇하다. 유민이를 보고 싶다면 아무나 돌잔치에 와도 괜찮다. 열렬히 환영하겠노라. 다만 내가 문앞에 서 있을 거라는 건 기억하기 바란다. 환영이 열렬한 만큼 입장료 징수도 못지않을 것이다. 오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유민이 가출할 때 먹여 살릴 내 계좌에 미리 입금하겠다는 사람은 정말 내가 최고로 열렬히 경애하겠다. 내 계좌 번호는, 국민은행 082-2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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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 사진을 더 보고 싶은 사람은 그림을 클릭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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