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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디스플레이'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11.28 23:26
난 어쩔 수 없는 마감 인생인가 보다. 유가환급금이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는 오래 전에 들었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내일 내일 하며 미루다 드디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감이 11월 30일이란다. 부랴부랴 서둘러 인터넷으로 신청하기는 했지만, 아뿔싸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이라는 걸 떼어 오란다. 다행히 지경진 팀장님이 미리 준비해 놓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또 혼자서 '난 왜 만날 이 모양일까' 하며 자책이나 하고 있을 게 뻔했다. 아무튼 관할 마포세무서 가서 신청하고 금방 돌아왔다. 무엇보다 지경진 팀장님의 준비성이 감탄스럽다.   

저녁에는 민언련 사진 강좌 다녀왔다. 민언련 사무실에 지난주에 작업한 <날자꾸나 민언련> 11월호가 막 나와 있었다. <날자꾸나 민언련>은 가로 182mm, 세로 200mm인 판형으로 나는 이 판형이 꽤 재미있는 판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흔한 국판,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A5(148mm x 210mm)로 알고 있는 판형보다 가로가 훨씬 넓어서 시원해 보이고, 디자인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내년 <날자꾸나 민언련> 1월호 작업할 때는 변화를 많이 줄 생각이다, 아마도. 

디자인이라는 일이 단순하게 작업하면 후딱 해치우고 딴청 부릴 수 있는 일이지만, 한 번 해 보자고 달려들면 끝도 없이 '마우스질'을 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다.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과 어느 구석도 놓치지 않는 세밀함을 다 갖추어야 한다. 그뿐인가. 무사히 일을 끝내도 인쇄 문제가 없어야 하고, '갑'에게서 별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난 대개 사흘 정도 별소리 나올까 조마조마하며 지내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인쇄 사고가 크게 터진 적은 없었고 욕먹을 일도 없었다. 

이번 11월호를 만들면서 신기한 일이 하나 있었다. 뒤표지에 광고를 만들어 넣었는데 피디에프(pdf)로 변환해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까닭을 찾는 데 세 시간 정도 들었다. 글 상자와 그림 상자를 하나씩 지워 가며 살펴봐야 했다. 결국 원인을 찾았는데 점 하나가 문제였다. 그 점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점 하나 때문에 피디에프 변환이 안 된 것이었다. 왜 그 점이 문제였는지 아직도 모른다. 인쇄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고 내가 오랜 시간 들인 공을 허무하게 날려 버릴 뻔한 것이 점 하나 때문이라는 사실에 어처구니 없지만, 원래 일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점 하나뿐일지라도 허투루 본다면 그 오랜 수고가 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점 하나에도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 이것이 내가 지금껏 밥 벌어먹고 살며 배운 교훈이다.  

시네마디스플레이가 고장나 요즘은 그냥 맥북프로로만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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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9 20:27
내일이 서울시 교육감을 서울 시민들이 손수 뽑는 날이다. 온갖 매체에서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하고 공약도 알렸다. 물론 나는 선거 운동이 시작하기도 전에 누굴 뽑을지 정했고 며칠 전에 이 블로그에 그 사람을 짧게나마 소개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다들 그 후보에게 투표하기 바란다. 혹시나 그 후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혹시나 어느 글인지 찾지 못하는 이를 위해 링크를 건다. 바로 요기다.

하던 일이 하던 일인지라 선거 공보물이 오면 공보물을 누가 누가 잘 만들었는지 따지게 된다. 나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2007년 국회의원 선거 때 민주노동당 중구위원회 후보들을 위해 선거 공보물을 만들었다. 사실 그때마다 부족한 실력을 부족한 시간 타령으로 뭉개 버렸다. 우리 후보들이 나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닌지 미안하다. 들인 시간에 견주면 정말 가난한 작업비였지만 "심장원 동지에게 득표율 1%가 달려 있다"는 김인식 위원장의 격려보다 더 날 부유하게 만드는 것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선거는 2010년에 치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다. 그때를 위해 좀더 실력을 갈고닦아야겠다. 장비도 좀더 좋은 놈으로 바꾸고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하고 글꼴도 늘리고. 그때는 쿼드코어 맥프로에 시네마 디스플레이 30인치짜리는 돼야겠지? 아도브 CS6쯤은 써야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선거 공보물은 아무래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쪽수를 지켜야 한다. 보통 12쪽까지 허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정도 쪽수라면 후보자나 유권자나 중철 제본이 가장 좋을 듯하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중철 제본집 잡느라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2006년에는 처음 하는 작업이라 인쇄소와 제본집을 예약할 생각조차 못했다. 내가 아는 중철집 네 군데에서 모두 일이 밀려 못 맡겠다는 소리를 들었고 결국에는 인쇄노조에 부탁해서야 제작처를 잡을 수 있었다. 

표지만 놓고 보자면 난 기호 5번 이인규 후보 공보물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른 후보 다섯 명 다 배경을 파란색으로 골랐다. 파란색으로 고른 건 무난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섯 후보가 다 그 빛깔을 고르는 바람에 고루한 선택이 되어 버렸다. 특히 3번 박장옥 후보와 4번 이영만 후보는 배경 처리를 어중간하게 하는 바람에 디자인의 질을 떨어뜨리는 꼴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받아 보는 이가 정성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각 후보 표지에 한마디씩 하겠다. 

1번 공정택 후보는 표지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다. 이런 광고지나 홍보물을 제작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과유불급'(及)이다. 하고 싶은 말,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이 아주 아주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좋은 디자이너와 제작자는 적당한 수준에서 끊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공정택 후보 쪽에서는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기호를 강조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숫자 '1'은 적당한 비율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크다. 그리고 아이들이 세 명이나 나오고 정작 드러나야 할 사람인 공정택 후보 얼굴을 조그맣게 넣은 것은 '겸손함' 때문이라기보다 '자신감 없음'을 말하는 듯 보인다. 보일락 말락? 표지 전체를 봤을 때도 후보자 이름, 기호, 후보자, 아이들, 헤드 카피 따위로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공정택 후보 쪽에서 이런 디자인을 요구했다면, 공정택 후보 캠프는 정말 안목 없는 사람들만 있다는 얘기고, 디자이너가 후보 캠프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디자이너 능력이 딸리거나 캠프에 '들을 귀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원래 'C'를 주고 싶었지만 사진 촬영에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점수를 더 깎는다. 'D' 

2번 김성동 후보도 마찬가지다. 후보가 사진발이 괜찮은 듯하다. 배경으로 쓴 하늘 사진도 선명해서 좋다. 그렇지만 공 후보가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저질렀다. 사진도 크게 박고 글씨도 크게 넣다 보니 여백이 없다. 보는 사람들 힘들게 하는 구도다. 자세히 보면 평범한 뿔테 안경을 쓰고 계신데 감각이 별로 발랄하지 않으시다. 'B-' 정도면 적당할 듯하다. 

3번 박장옥 후보. 역시 별로인 공보물을 만드셨다. 아마 아주 싸게 해 주는 업체를 잡으신 듯하다. 우선 후보자 사진 윤곽을 따라 넣어 준 효과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아우라 같은 느낌이라 후보 캠프에서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중간한 색 처리로 점수만 깍이는 구실이 되었다. 그리고 아래 후보자 이름 배경에 깔린 색도 전혀 세련과는 거리가 안드로메다만큼 먼 솜씨다. 간단히 말해서 이 공보물은 1970년대 수준이라고 해야겠다. 이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 아이들을 70년대 식으로 가르칠까 걱정이다. 점수는 'C-' 준다. 

다음은 4번 이영만 후보. 무난하다는 인상이 알파인 것은 좋지만 그 무난함이 오메가까지 되었다. 적당한 구도를 잡았다 싶은데 카피와 후보자 이름에 쓰인 글꼴에서 점수가 깎였다. 글자에 테두리 효과를 넣은 것도 잔재주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래서 'B' 정도면 나로서도 무난하게 점수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

5번 이인규 후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잘 만든 표지다. 다른 후보보다 돋보이게 녹색을 내세운 것만으로도 점수는 먹고 들어갔다. 여름에 얼마나 시원한 느낌인가. 계절까지 계산한 솜씨가 노련하다. 사실 내가 녹색을 좋아한다. 그리고 후보자 이름을 쓴 서체, 내가 좋아하는 '유려체'다. 그런데 이 유려체에 일장일단이 있다. 제목용 서체로 아주 좋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제목용 서체로 좋다는 걸 웬만한 디자이너들은 다 알기 때문에 너무 많이 쓰인다는 점이 단점이다. 한두 해 전이었다면 유행을 타기 전이라 점수를 왕창 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평범해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인규 후보 이름이 가장 좋아 보인다. 공보물 크기에 견주면 이인규 후보 얼굴을 조금 크게 넣은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후보 캠프 쪽에서 이인규 후보 인상에 자신 있다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당한 구도와 인상 좋은 후보자 사진, 녹색을 고른 디자이너의 센스, 유려체로 뽑은 후보자 이름을 이유로 'A'를 준다. 

마지막으로 6번 주경복 후보. 어린이가 같이 표지에 나왔지만 공정택 후보와는 달리 (성이 다른) 여자 어린이 하나만을 넣어서 부담스럽지 않다. 헤드 카피도 '아이들을 살리는 행복한 서울교육'이라고 하나만 박아 오히려 눈에 잘 들어온다. 다만 배경이 푸르려다 푸르지 못한 듯하고, 후보자 이름 배경이 어두워 '주' 자가 잘 안 보이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시민이 선택한 민주교육감'다운 감각이 있다. 디자이너가 절제와 여백을 아는 사람이다. 아마 경험 많은 사람일 듯 싶다. 'B+' 준다. 그렇지만 주경복 후보가 내가 지지하는 후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모든 후보 공보물이 스노우화이트로 만든 듯하다. 모조지보다 인쇄가 잘 먹어서 홍보물에 적당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종이에 코팅을 더 많이 한 종이일수록 생태계에는 좋지 않은데 이런 사실을 각 캠프에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내가 관여하는 공보물은 모조지로 하자고 선거 캠프에 권하고 캠프에서도 그렇게 했다. 어차피 모조지도 코팅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스노우화이트나 아트지만큼 두껍게 하지는 않으니까 조금 마음이 편했다. 나중에는 재생지로만 만든 선거 공보물을 기대한다. 아니면 내가 먼저 그런 시도를 해 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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