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펜탁스 MZ-3, 렌즈는 시그마(Sigma) 20mm F1.8 EX DG ASPHERICAL RF, 필름은 리얼라(Reala).
201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찍은 필름을 마지막으로 현상해서 스캔받았다. 다운받아 보니 거의 지안이 사진뿐. 2012년 10월 13일 토요일에 둘이 같이 북악산 가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 처음 산을 오를 때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는데 윗줄 오른쪽 끝 사진을 보면 지안이가 한참 기분이 좋아 보인다. 왜? 살포시 웃으며 나한테 생일선물로 스마트폰 내놓으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은 엄마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기세. 미안하다, 지안아. 대신 나랑 산이나 자주 가자.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어요.
집에 필름이 한 통 남았는데 이건 언제나 다 찍을지 모르겠다. 확실히 필카가 느낌이 좋은데.... 올해는 아이들이랑 더 자주 놀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말이다.
그래, 다시 봄이다. 봄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 오고 다시 시간이 흐르면 가는 계절일 뿐이라 뭐 그리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겨울이 끝났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테니까. 더구나 겨울 도시가스비가 무서운 나 같은 차상위자들에게는 더 말해 무엇하랴. 새봄이 반갑기 그지없다.
슬슬 운동도 할 겸 설악산 오를 체력도 키울 겸 주말마다 산에 오를 계획을 세웠다. 멀리 갈 것까지는 없고 우선 서울에 있는 산들만 돌아다닐 작정이다. 대충 뽑아본 목록은 다음과 같다. 남산(262미터), 아차산(287미터), 안산(296미터), 인왕산(338미터), 북악산(342미터), 용마산(348미터), 남한산(480미터), 청계산(618미터), 관악산(632미터), 북한산(837미터). 요기 말고 수락산과 도봉산도 있지만 거기는 좀 멀어서, 우면산은 작년에 수해로 휩쓸려 간 지뢰가 있다고 해서 포기했다. 아차산과 용마산 또한 가까운 건 아니지만 한 번에 다녀올 생각이고 남한산은 거여동 사는 막내 동생네 다녀오는 길에 올라갈 계획이다.
3월 18일에 남산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24일 안산, 25일 인왕산, 27일 북악산, 31일 다시 인왕산을 다녀왔다. 25일에는 종필 선배 꼬셔서 같이 다녀왔다. 확실히 혼자 오르는 것보다 같이 오르는 게 덜 힘들기는 하더라. 선배한테 얻어먹은 삼계탕이 맛있기도 했고. 4월 1일에는 용마산에 가려고 했는데 추워서 다시 집에 들어왔다. 8일에 교회 갔다가 다시 용마산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옛날 살던 군자동 골목을 헤맬 작정이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인왕산 성곽길에 못 가게 막아놓은 구간이 하나 있다. 그 구간이 5월 27일에 풀린다고 한다. 인왕산 갈 때마다 그 길로 다니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잘됐다.
3월 18일 안산을 오르는데 눈이 내렸다.
안산 정상 봉화대. 오른쪽으로 눈 덮인 북한산이 보인다.
안산 봉화대 한 장 더. 파란 하늘에 방울져 보이는 건 먼지가 아니라 빛 알갱이다.
인왕산에 같이 간 종필 선배.
서울 북문인 숙정문. 조선 시대에는 닫아놓는 문이었다고 한다. 열어놓으면 도성 안 여자들이 음란해지기 때문이라고.
인왕산에서 내려다 본 경복궁.
인왕산 기차바위 모습. 이쪽으로 내려가면 홍지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