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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6건
2008.06.29 01:32
이날은 무거운 마음으로 집회에 갔다. 그렇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나라도 가서 머릿수 채워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또다시 내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그날 찍은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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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하는 사람들이 뿔 달린 이명박을 그리고 있다. 이날 집회를 위해 준비한 포퍼먼스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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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호텔 앞을 막은 경찰차. 우리가 낸 세금으로 조선일보나 지키고 있는 경찰들. 꼴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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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올라온 살수차 세 대가 대낮에 시청에 들어왔다가 이 꼴이 되었다. 한 시민이 국화를 꽂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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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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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칼라티브이 현장 중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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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꼽혀 있는 구호. 내가 이명박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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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찍은 사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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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뿔 달린 이명박 걸개그림으로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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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난 이명박 걸개그림 밑으로 들어간 사람들. 분위기가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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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달린 이명박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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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준비한 퍼포먼스는 뿔 달린 이명박 걸개그림을 갈라 찢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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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으로 가는 길. 서울시의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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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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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사람들이 '고시철회'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녹색연합 간사로 있는 유소영이 '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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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우연히 만난 동호 형과 형수. 거진 5년만인 듯하다. 벌써 아이가 둘이란다. "두 분 애국하십니다."


Favicon of http://waterclimber.net BlogIcon Joshua Choi | 2008.07.07 22: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서울은 저렇구나...
가끔 하루이틀 지난 신문만 보다가, 형이 올린사진을 보니 실감이 확나요.
이런게 블로그의 힘이구나 싶다.

저는, 그리고 동무들은 요즘 논에서 매일 박박 기고 있어요. 김매기하느라.
우스개 소리로, '풀들이 아주 논에서 촛불집회를 해요'라고 할 정도로 풀이 한창 올라오고 있어요.

부디,
논에서는 촛불집회하는 풀들이 져주길,
서울에서는 촛불집회하는 시민들이 승리하길~
Favicon of https://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8.07.08 00:16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명박이 풀무학교 가서 배우면 좋겠어.
풀 한 포기 귀한 줄 아는 사람은 사람도 귀하게 여길 줄 알겠지.
나는 요즘 사무실에서 박박 기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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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20:41
요즘 내 글을 써 올릴 짬을 내지 못하고 남이 쓴 글이나 퍼 나르고 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사람들 만나는 것 때문인 거 같다. 내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 말이다. 이제는 사람 만나는 걸 줄여야겠다. 어차피 다음 주부터는 책 몇 권을 진행해야 한다. 뜻풀이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천의무봉'은 원래 같이 읽기에 좋은 글을 퍼 나를 꼭지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 꼭지를 관심 있게 읽어 주길 바란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오늘은 김구 선생이 안두희가 쏜 총탄에 목숨을 잃은 날이다. 벌써 선생께서 이 세상을 버리신 지 59년이 지났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그분이 바라시던 민주주의는 이 땅에 꽃을 피웠는가? 그분이 원하시던 아름다운 나라는?

88만 원 이하 저임금은 없애자

1998년 외환 위기 직후 갑자기 실업자가 되었다. 몇 달을 보내다가 ‘공부나 해야겠다’며 늦깎이로 학교를 다녔다. 20년 만에 대학의 젊은 벗들과 어울리다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하는 공부가 대부분 취직시험 준비’라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70년대는 캠퍼스에 경찰 병력이 상주하고,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 몇 장 뿌렸다는 이유로 5년, 7년 실형을 선고받던 시절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즘 학생들은 훨씬 행복한 세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 사는 데 그다지 도움이 안 될 취직시험 준비나 하며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을 보면, 70~80년대 학생들이 더 행복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세대간 차이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져서인지 <88만원 세대>가 널리 읽히고 있다 한다. 386세대는 학점이 나빠도 직장을 골라가며 취직했지만, 요즘 20대는 대부분 비정규직 신세다. 이러한 세대간 불균형은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의 폐해가 정치적 자기보호 능력이 없는 20대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대간 불균형을 너무 강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번쯤 읽어볼 책으로 권할 만하다.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폐해가 반드시 20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 1600만 명 가운데 한 달 월급이 88만 원 이하인 사람은 309만 명이다. 20대 이하는 71만 명이고, 30대 이상은 219만 명이다. 미혼 남자는 39만 명, 미혼 여자는 43만 명인데, 기혼 남자는 53만 명이고 기혼 여자가 174만 명이다. 따라서 20대 미혼 남녀뿐만 아니라 30대 이상 기혼 남녀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한 달 월급이 88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 계층이 5명 중 1명꼴로 폭넓게 존재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뿐 아니라 그나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 공정임금을 보장하여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효과적이고, 연령간·남녀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임금 불평등이 낮고 저임금 계층 비율도 낮다’고 한 데서도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3770원이고, 월급으로 환산하면 79만 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번 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20% 오른 95만 원을 제시한 데 견줘, 재계는 2% 오른 80만 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70년대에 노동자들이 즐겨 부른 “요즈음 지식인은 머리가 나빠요. 물가가 올랐으면 임금도 올라야죠”라는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몇 해 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노동칙령에서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다. “인간을 위한 노동이지, 노동을 위한 인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종류가 얼마간 객관적 가치를 달리하더라도, 노동의 주체인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 척도로 판단해야 한다. 사람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종류가 무엇이든, 그것이 아무리 단조롭고 단순한 서비스일지라도, 노동을 수행하는 목적은 항상 인간이다.”
고위 관료와 공공기업 임원에게는 억대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노동자 5명 중 1명꼴로 한 달 월급 88만 원, 연봉 1천만 원조차 지급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귀담아들어야 할 말씀이다. 내년에는 88만 원 이하 저임금이 사라지도록 최저임금위원회가 88만 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기를 바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원문: 한겨레신문 2008년 6월 26일 객원논설위원 칼럼

천의무봉(天衣無縫) [명사]
1. 천사가 입는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함을 이르는 말. 《태평광기》에 쓰인 곽한(郭翰) 이야기에 나오는 말로, 주로 시가(詩歌)나 문장에 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2. 완전무결하여 흠이 없음을 이르는 말.
3. 세상사에 물들지 아니한 어린이와 같은 순진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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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11:25
토요일에 출근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신문 정리하는 것이다. 먼저 오늘 신문을 쭉 읽다가 좋은 글 몇 개 찾았다. 나는 토요일 신문이 제일 반갑고 버겁다. 토요일 한겨레신문에는 '책과 생각'이라는 꼭지가 있다. 읽을 것이 많아 반갑기도 하지만 같은 이유에서 버겁기도 하다.

한승동 선임기자와 서경식 선생이 글을 썼는데 공교롭게도 초점을 신자유주의에 맞춘 글이다. 특히 신경식 선생이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한 말이 인상 깊다.

급진적 신자유주의가 부른 ‘난국’

군대와 경찰만 빼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라!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이 경구를 마법의 주문처럼 앞세운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세상을 망쳐 놓고 있다. 맨 먼저 미국이 망가졌고, 그 다음은 일본이다. 그 다음은? 아마 한국이 아닐까.
도쿄 태생으로 뉴욕주립대와 뉴욕시립대에서 국제관계론을 공부한 뒤 유엔 부인개발기금(UNIFEM), 국제 엠네스티 뉴욕지국원을 거쳐 미국노무라증권에서 일하다 9·11사태에 충격받고 저널리스트가 된 쓰쓰미 미카의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이와나미서점, 2008)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2006년 미국 국세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빈곤인구’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수입이 2만달러(2천만원 남짓) 이하인 집안의 구성원들이다. 국세조사국은 2006년 빈곤선 이하 미국인구가 3650만이라 했고, 농무부는 2005년 ‘기아상태’를 체험한 미국인이 3510만이라 했다. 2005년도 미국 빈곤율은 12.6%였는데, 그 가운데 18살 이하의 빈곤아동율은 17.6%(6명에 1명꼴)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말하자면 부시 대통령 집권 중반까지 11%나 늘었다. 5년간 빈곤아동이 130만명이나 더 늘었다는 얘기다. 뉴욕의 아동 190만 중 4분의 1이 빈곤아동이고, 그 3분의 2가 학교 무료·할인 급식을 신청했다.
뉴욕 아동의 50%는 비만이다. 잘 먹어서가 아니라 못 먹어서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만도가 높다. 시장자유화·민영화와 함께 학교급식 예산을 삭감해버린 결과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은 마카로니 앤 치즈, 프라이드치킨, 핫도그 등 싸구려 ‘정크푸드’들이다. 그것이 비만을 불렀고 2010년께면 전국민 절반이 비만화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 국민세금으로 막아야 할 미국의 의료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돈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국인은 한국 인구만한 4700만. 2005년 미국 파산건수는 208만건이고, 이 가운데 204만건이 개인파산이었다. 개인파산 원인의 절반 이상이 가족 중에 누가 아파서 내야 했던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때문이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면 그 참상을 짐작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로 중산층이 해체되면서 극소수 엘리트와 소수 전문가 그룹, 그리고 절대다수 빈곤층으로 사회가 3분된 결과다.
쓰쓰미 미카는 일본이 바로 그런 미국을 뒤따라가고 있다며 탄식했다. 그는 가난 때문에 ‘대학등록금 제공’ 유혹에 넘어가는 빈곤층 고교생들을 겨냥한 미국의 군인모집 수법을 일본 자위대가 그대로 써먹고 있고 거기에 응하는 일본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고 썼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2006년 일본경제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상대성 빈곤율 순위 1위가 미국이고 2위가 일본이다. 상대성 빈곤율이란 부의 격차, 곧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집권 자민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표를 잃은 것도 양극화를 초래한 신자유주의정책 때문이었다. 노 정권의 ‘경제실정’을 비판해 표를 얻었다고 착각하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그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더 급진적인 신자유주의다. 그것이 지금 난국의 근본 원인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원문: 한겨레신문 한승동의 동서횡단



일본 문제만은 아닌 ‘묻지마 살인’

지난주 일요일(6월8일), 나는 오랜만에 도쿄 도심에 나갔다. 오차노미즈에 있는 메이지대학에서 열린 ‘제주 4·3’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모처럼 서울에서 온 서중석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 쓰려고 하는 얘기는 그게 아니다.
강연을 한참 듣고 있는데 내 휴대전화가 울기 시작해 주변에 실례를 범했다. 받아 보니 아내였다. 강연을 들으러 간다고 얘기해 뒀는데 굳이 전화한 것을 보면 어지간히 급한 일이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아내는 “괜찮아요? 조심하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어서 도무지 요령부득이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보니 그는 “임시뉴스에서 지금 당신이 가 있는 곳 근방에서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괜찮아요?”라고 했다. 오차노미즈와 아키하바라는 지척이다. 그 아키하바라에서 정체불명의 남자가 행인들을 무차별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 시점에서는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여서 아내로서는 내가 거기에 휘말려 피해를 당했을지도 몰라 불안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도 보도됐겠지만, 그날 이후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해 보자. 8일 일요일 낮 12시30분 조금 지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기제품상가 아키하바라에서 한 남성이 타고 온 트럭으로 행인들을 친 뒤 잇따라 다른 행인들을 칼로 찔렀다. 남자 6명과 여자 1명이 죽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곧 경찰에 체포된 범인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키하바라에 왔다. 세상이 싫어졌다. (죽인 상대는)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라는 얘기를 했다.
사건 소식을 들었을 때 “있을 수 없다”거나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비슷한 사건이 요즘 잇따랐다. 올해만 해도 1월에는 도쿄 시나카와에서 남자 고등학생이 행인 다섯명에게 칼부림을 한 사건이 있었다. 3월에는 이바라키현에서 24살 남자가 한 사람을 죽이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아키하바라 사건을 알고나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일본 사회도 올 데까지 왔구나”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길로 돌진해 가는 한 아키하바라 사건의 교훈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아키하바라 사건의 범인은 25살이다. 아오모리현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때까지는 성적이 우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수의 대입준비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성적부진에 빠졌다. 대다수 학우들이 대학에 진학했으나 그는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르치는 단기대학에 들어갔다. 사건 당시 그는 시즈오카현의 자동차공장에서 도장(칠) 작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정규사원이 아니었다. 인재파견회사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의 직장에서는 최근 200명의 비정규직을 50명으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다. 사건 사흘 전 출근했을 때 늘 입던 작업복이 보이지 않자 그는 자신이 감원 대상이 됐다고 오해한 나머지 분개하며 조퇴를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먼 후쿠이현까지 가서 서바이벌 나이프 여섯 자루를 구입했다. 사건 당일 그는 아침 일찍 렌터카 트럭으로 상경한 뒤 아키하바라에서 행인 3명을 트럭으로 치고 다른 행인들을 잇달아 칼로 찔렀던 것이다. 어느 평론가는 그가 자신이 연기할 ‘극장’으로 ‘오타쿠의 메카’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키하바라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을 결행하기까지 휴대전화 사이트에 범행을 예고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거기에는 “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등 고독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눈에 띄는데, 그중 가장 내 시선을 끈 것은 “고교를 졸업한 뒤 8년간, 연전연패”라는 글 한 줄이다. 고이즈미 정권하의 신자유주의 정책 결과 일본은 극단적인 격차(양극화)사회가 돼 방대한 수의 프리터(Free Arbeiter의 줄임말)를 양산해 왔다. ‘프리터’라는 건 안정된 취직이 불가능한 젊은이들을, 마치 그들 자신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비정규직을 택한 듯이 일컫는 일본 특유의 화법이다.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의 생존경쟁에서 이겨 상승하는 자는 ‘가치구미’(승리조), 몰락하는 자는 ‘마케구미’(패배조)이고 ‘마케구미’가 된 것은 당사자의 ‘자기책임’이므로 동정하거나 구원의 손길을 내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팽대한 비정규직 젊은이들은 해고 불안과 격차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품지만 그 불안이나 분노를 서로 나눌 또래를 만날 수도 없어 자신한테 ‘마케구미’의 낙인을 찍을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지고 있다. 그중에서 방향성을 잃은 폭력을 폭발시키는 자가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아키하바라 사건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일본 사회도 올 데까지 왔구나”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사건 이틀 뒤 강의 때 이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을 학생들에게 밝혔다. “이 강의 테마는 ‘인권과 마이너리티’지만 여러분도 어떤 의미에서는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에서 주변화되고 있는데도 그것을 호소할 방법을 모르고, 또 설사 호소하더라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지도 않는다. ‘마케구미’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 라는 질타를 받을 뿐이다. 그러나 이 격차사회의 구조 속에서는 누군가는 ‘마케구미’가 될 수밖에 없다. 여러분 다수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마케구미’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겁을 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키하바라 사건) 범인은 여러분과 무관한 괴물이 아니라 여러분의 이웃이다. 그런 폭발에 이르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인간을 ‘가치구미’와 ‘마케구미’로 양분하는 잘못된 가치관과 싸우고, 격차사회를 바꾸기 위해 상황에 맞서야 한다.” 학생들은 숨을 삼킬 듯한 표정으로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시민의 촛불시위가 이명박 정권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고립된 채 자폭하는 일본 젊은이들에 비하면 한국 젊은이들이 훨씬 더 희망에 차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길로 돌진해 가는 한 아키하바라 사건의 교훈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 번역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원문: 한겨레신문 디아스포라의 눈


천의무봉(天衣無縫) [명사]
1. 천사가 입는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함을 이르는 말. 《태평광기》에 쓰인 곽한(郭翰) 이야기에 나오는 말로, 주로 시가(詩歌)나 문장에 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2. 완전무결하여 흠이 없음을 이르는 말.
3. 세상사에 물들지 아니한 어린이와 같은 순진함을 이르는 말.

Favicon of http://lambent.tistory.com BlogIcon BONEUS | 2008.06.21 15: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제 블로그로 가져갈게요.
물론 출처는 밝히구요.
Favicon of https://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8.06.27 02: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한겨레신문에서 퍼 온 것이라
권리를 주장할 처지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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