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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 해당되는 글 3건
2008.11.12 15:09

작년에 설악산 가서 찍은 사진.


한 유령이 나들목을 떠돌고 있다. 단풍놀이라는 유령이. 옛 나들목의 모든 세력이 이 유령을 내쫓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다. 운영위원과 목사, 마을지기와 목자, 스탭과 팀장들이…... 월급쟁이치고 임면권이 있는 적수들에게서 게으르다, 나태하다고 비난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또 좀더 백수스런 적수들에게 백수라는 낙인을 찍으며 비난하지 않는 월급쟁이가 어디 있는가?

이런 사실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론이 나온다. 첫째, 백수는 이미 나들목에 존재하는 모든 세력들에게서 실재하는 세력으로 인정받았다. 둘째, 따라서 백수는 단풍놀이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와 목적, 의도를 공공연하게 나들목에 밝히고 백수의 유령이라는 동화(童話)에 당 자신의 선언으로 맞서야 할 적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온갖 업종에 몸담았던 백수들이 신설동에 모여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사투리로 발표할 다음 선언문을 작성했다.

하나. 이제까지 놀이의 모든 역사는 단풍놀이의 역사다.

안녕하세요? 이제는 경력이 좀 된 베테랑 백수 심장원입니다. 얼마 전 절친한 동무가 저와 같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참 괜찮은 놈입니다. 친구 따라 백수된다는 옛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살아 있는 속담입니다. 그 친구는 회사 다니면서 무척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좀 쉴 겸 같이 여행이나 다녀오자고 제안을 했는데 기왕이면 나들목 가족들과 같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둘이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멀리는 설악산, 가깝게는 북한산이나 남산 아니면 경복궁이나 창경궁 정도 다녀올까 합니다.

같이 가실 분들은 연락 주세요. 사람들이 모이는 거 봐서 회비와 행선지, 날짜를 결정할 생각입니다. 별 호응이 없으면 둘이서 다녀올 생각이고요. 제 생각으로는 평일에 다녀오지 않을까 합니다. 댓글 달아 주십시오. 참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백수일 거 같습니다. 후원 받습니다. 자동차를 빌려 주실 분, 콘도를 빌려 주실 분, 지정헌금 해 주실 분…... 단 한 건도 거절하지 않을 테니 맘 놓고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마디로 단풍놀이파 백수들은 어디서나 현존하는 사회, 정치 질서에 반대하는 모든 풍류를 지지한다. 이 모든 놀이에서 백수들은 음주와 가무 수준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가와 무관하게 누가 물주인가를 놀이의 근본 문제로 전면에 내세운다. 마지막으로 백수들은 다른 모든 시민이 게으름과 음주가무와 풍류와 특별히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백수들은 자신의 단풍놀이에 대한 견해와 의도를 감추는 일을 경멸한다. 백수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백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단풍놀이 가는 세상을 구현하는 것임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부지런한 척하는 모든 월급쟁이와 부지런함을 강요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단풍놀이 앞에 벌벌 떨게 하라. 백수가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요, 얻을 것은 단풍놀이와 풍류다. 나들목의 백수들이여 단결하라!

올해 어떻게든 설악산을 가려고 하는데 하는 일이 지리멸렬해 때를 못 잡고 있다. 그냥 옛날에 쓴 글이 생각나 옮겨 본다. 2005년 10월 25일 나들목교회 게시판에 쓴 글을 좀 다듬었다. 원래 글은 사라졌다. 교회에서 게시판을 옮기면서 옛날 글들이 다 사라지게 되어 아쉽다. 아무튼 단풍놀이는 2005년 11월 7일 월요일에 동훈이랑 둘이서 북한산 다녀오는 걸로 대신했다. 인증 사진 한 장 올린다.

구파발 역에서 만나 북한산성 매표소로 올랐다. 지금 보이는 문은 대남문이다. 동훈이도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뒷모습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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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17:27

클릭하면 민언련 사진 강좌 페이지가 뜬다.



요즘 아르바이트들의 압박이 장난 아니다. 그래서 차마 백수로서 할 짓은 못 되지만 알바 몇 가지는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글 몇 편 써 주는 알바였다. 보고서를 소설과 코미디로 승화시키는 내 놀라운 실력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뽐낼 수 있었는데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지난 번 글이 꽤 좋은 점수를 받아 발주처(갑)인 아무개 누나에게 칭찬을 받았고, 이번에는 돈까지 준다고 했는데...... 이러다 기존 거래처 하나 끊어질까 걱정스럽다.

그렇게 날 미치게 만드는 알바 가운데 하나가 민언련 일이다. 원래 민언련에서 격월로 발행하는 <시민과 언론>이라는 잡지를 편집해 주고 있는데, 이달에는 민언련 소식지 <날자꾸나, 민언련>도 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담당 간사가 아파서 갑자기 휴가 갔다고 한다. 한동안 피곤해 보이더니 결국 몸이 상했나 보더라. 이게 다 명박이 때문이다.

어제 그제 없는 시간 내서 새로 소식지 편집을 맡은 김예나 간사랑 작업했다. 위에 있는 사진 강좌 광고는 10분만에 뚝딱 하고 만든 광고다. 원래 이런 일까지 내가 하기로 한 건 아니었지만, 김 간사가 하기에는 거시기 해서 내가 후딱 해치웠다. 월요일에 잠깐 해서 넘긴 걸 다시 이틀이나 더 들여 작업하게 된 건, 어쨌거나 비용 초과다. 아무래도 난 여자한테 약한가 보다. 남자가 전화했으면 터무니없다고 물리쳤을 테데 말이다. 

아무튼 그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오늘의 주제는 '민언련 사진 강좌'다. 민언련에서 준비해 여는 강좌들은 실속 있기로 소문난 강좌들이다. 글쓰기 강좌, 언론 강좌, 사진 강좌 어느 것 하나 알차지 않은 강좌가 없다. 당연히 강사들도 훌륭하고 성의 있는 분들이다. 시간 있고 돈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해도 결코 아깝지 않은 강좌가 될 것이다. 특히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맞춤한 강좌일 것이다. 민언련이 말 그대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아니냐. 언론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단체답게 그 바닥을 아주 잘 아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난 이번에 사진 강좌를 들으려 한다. 2006년 여름 사진 강좌에 등록한 적이 있지만, 회사 일이 바빠 다 듣지 못했다. 그 아쉬움에 마음이 허전했는데 이번에 그 허전함을 달랠 생각이다. 어제 새벽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강으로 산책 나갔다. 오랫만에 내 마음도 설렜다.

위 사진 강좌 광고에 쓰인 사진은 다 내가 찍은 것이다. 그렇지만 사진에 등장하는 민옥이 누나랑 민주노동당 중구위원회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했는데 걸리면 어쩌나 싶다. 하여튼 미안하오. 내가 나중에 밥 살게요.

아침에 한강을 산책하다 찍은 사진. 포토샵으로 시퍼렇게 보정한 것이라는 건 알고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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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2 15:38
이럴 때마다 '사랑과 평화'가 부른 노래 <한동안 뜸했었지>가 생각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또 일기를 안 썼다. 한 넉 달 정도. 그 사이에 이 블로그에는 때때로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8월 9일이 마지막이었고, 그마저도 쓰다만 글이었다.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들이 내가 글 쓰는 것을 더욱 방해했다고 할까? 하여간 그랬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다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소식을 먼저 들으려 할까? 난 이쪽으로는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나쁜 소식을 먼저 듣겠다 할 것이다, 아마. 그래서 소식을 전할 때도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먼저 전한다. 내게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하나씩 있다. 그럼 먼저 안 좋은 소식부터 전하겠다. 나, 회사 그만뒀다. 그럼 좋은 소식은? 나, 회사 때려치웠다. 뭐 그렇게 되었다. 난 최소한 내년 2월까지 어떻게든 일년은 버티려고 했는데 뭐 그렇게 되었다.

<행동경제학> 편집하면서 배운 개념 가운데 하나가 '피크 엔드 효과'(peak end effect)다. 어떤 일이나 과정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가장 강렬한(peak) 느낌과 마지막(end) 느낌이라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과정 전체를 종합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느낌에 좌우된다는 소리다. 회사 그만둘 때 내가 느낀 바를 얘기하자면 이 이론이 맞는 듯하다. 지난 일곱 달(정확하게는 여섯 달 보름) 동안 사장이 아무리 좋게 보였다고 해도 마지막 보름 동안 보여 준 지저분함은 다 덮을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만 쓰겠다. 사장이 그랬다. 나 때문에라도 더 악랄한 경영자가 되어야겠다고. 무슨 말인가 하면, '무능한' 나를 진작에 짤랐어야 하는데 자기가 너무 마음이 여려 차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여기서 내가 무능한지 어쩐지는 더 쓰지 않겠다. 나라고 왜 할 말이 없겠나). 참 기가 막혔다. 일곱 달 동안 어이없고 경우 없는 일을 많이 당했지만 마지막까지 이 모양이니, 박복한 내 팔자를 어디 가서 하소연한단 말인가. 내가 듣기로는, 여기에서 일한 편집자 가운데 여덟 달을 넘긴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보름 일한 사람도 있었다는 전례를 끄집어 내면 내가 버틴 일곱 달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을 게다. 더군다나 한 달만 더 있으면 기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왜 이렇게 편집자가 자꾸 갈리는 것일까? 그동안 거쳐 간 편집자들이 모두 다 무능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정작 깨우쳐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정작 무능한 사람은 누구?

이런저런 줄다리기 끝에 한가위 연휴 끝나면 그만두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지난 일곱 달 동안 가시방석이었다. '오늘'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다녔다. 달품팔이 신세를 얘기할 때면 윗도리에 항상 넣고 다닌다는 사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딱 내 마음이 그랬다. 말 같지도 않은 원고를 그럴 듯하게 새로 쓸 때도, 보도 자료를 만들 때도 그랬다. 이걸 내일 아침까지 쓰든지 아니면 사표를 쓰든지 둘 중 하나는 써야 한다고. 지난 여섯 달 동안 주말이나 일요일에도 일 생각에 편히 쉬지 못했다. 처음으로 맘 편하게 쉰 게 8월 15일 광복절 연휴였으니까.

요즘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고 있다. 봄부터 못 보고 쌓아 놓은 신문이 꽤 된다. 지난 주부터 그걸 몰아 읽고 있는데 거진 반 정도 본 거 같다. 이제는 전혀 새로운 소식(news)이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어떤 기사가 정확히 예측했는지 어떤 기사가 헛다리 짚었는지 찾아보며 읽는 재미로 신문을 되짚어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20세기 소년>도 24권(<21세기 소년 상, 하>까지 해서)을 모두 빌려다 봤다. 마포도서관, 서강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는 건 여전하고. 최근 한 달 동안 읽은 책이 꽤 된다. <햄릿>, <나비가 없는 세상>, <얘들아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니?>, <웨스팅 게임>, <한밤의 숨바꼭질>, <희망의 결말>, <완득이>, <달콤한 나의 도시>.

무엇보다도 설악산 다녀올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처럼 힘들게 대청봉을 오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아침에는 유숙이 누나랑 같이 안산에 가고, 저녁 때는 혼자 한강을 따라 달린다. 달리기 때문에 초시계가 하나 필요한데 자꾸 아이포드 나노에 눈이 가서 고민이다. 얼마 전에 2002년에 산 내 아이포드가 망가졌다. 음악도 듣고 싶고 초시계 기능도 필요하고.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지난 일곱 달 동안 나름대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아 최소한 내가 퇴보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앞으로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지금껏 그래 왔던 대로 내 길을 꾸준히 갈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여섯 달 보름 동안 내가 다닌 회사 지형출판사. 참 허름한 문패다.


사무실 내 자리. 여름에 찍어 놓은 사진이다.


2008년 9월 15일 저녁 지형출판사 마지막날.



강인성 | 2008.11.25 19: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출판사치고는 진짜 허름해요...

문패가... 문뜩 떠오르는 개그문구...( 이게 뭐니....ㅡ,ㅡ;;)

장원형... 죄송해요....;ㅡ,ㅡ; 꾸벅...
Favicon of https://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8.11.26 00: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뭐 죄송하기까지 하니, 사실이 그런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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