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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11.11 18:35
요즘 집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고 지낸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1'이 네 개가 연달아 붙어 있는 11월 11일이었다. 아마 롯데제과 직원이 생각해 낸 거 같은데 그 직원은 임원으로 승진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 회사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 것을 두고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 행태가 썩 보기 좋은 건 아니기에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는다.

돌이켜 보면 마지막으로 내가 빼빼로를 먹은 게 2001년 11월 11일 일요일 아침이었을 듯하다. 신촌 동훈이네서 동훈이랑 나랑, 지금은 청주 사는 준원이랑 아마 장현이도 있었던 거 같고, 아무튼 이렇게 네 명이서 같이 자고 아침 일찍 교회 가는 길에 잠깐 가게에 들러서 빼빼로 몇 개를 사서 나눠 먹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빼빼로를 선물로 준비할 사람은 없을 테고 해서 남자 넷이서 우리끼리 나눠 먹었다. 

전에 여자 친구(내가 사귄 여자 친구라고 해 봐야 한 사람밖에 없으니 아는 사람들은 그 친구가 누군지 다 알겠지만) 사귈 때는 빼빼로데이라는 게 없었다. 그 친구랑은 1991년 5월부터 사귀어 1997년 1월에 헤어졌으니까 빼빼로데이에 얽힌 추억이 있을 까닭이 없다. 대신 몇 가지 다른 재미난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하다. 원래 나는 상당히 지루한 남자였다. 그렇지만 꽤 재치 있던 그 친구 덕분에 지금도 가끔 더듬어 떠올리는 추억거리가 조금 있다. 

아마 1992년 밸런타인데이(외래어 표기법에는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밸런타인데이'가 맞다고 한다)였을 것이다. 그날 우리가 어디서 만났을까? 바로 양재동 말죽거리에 있는 허름한 순댓국집이었다. 도무지 밸런타인데이 분위기에 어울릴 수 없는 곳이었다. 사실 그 집 순댓국이 썩 괜찮아 우리가 가끔 가는 곳이었다. 그 즈음은 내 처지가 무척 곤궁할 때여서 우리 사이 또한 좋지 않았다. 연애가 꼭 사치처럼 느껴질 때였다. 그래서 그날 만날 약속을 잡지 않으려 했지만 그 친구가 만나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같이 저녁이나 먹기로 했다. 자리 잡고 앉아 순댓국을 주문하고는 그냥 멀뚱거리고 있는데 그 친구가 뭔가를 내게 툭 던지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이런 거 안 챙기려 했는데 하도 친구들이 뭐라고 해서 하나 샀다." 선물이라고 던지는 거 하며 완전히 토라진 말본새였다. 그런데 난 그 모양을 보고서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근본도 없는 코쟁이 절기 따위를 내가 싫어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나 같은 놈도 남자 친구라고 안 챙길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을 삐친 말투와 못마땅하다는 듯 툭 집어던지는 태도로 넘어가려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그러고는 또 한 소리 덧붙였다. "밸런타인데이에 순댓국집이라니......."

그날 받은 선물이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렸다. 그렇지만 내가 그 친구한테서 받은 선물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친구랑 6년 가까이 사귀면서 난 참 많이 변했다. 그때는 다른 사람 챙겨 주고 배려한다는 게 뭔지 전혀 몰랐다. 지금도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그때보다는 많이 좋아진 셈이랄까. 아무튼 그때를 생각하면 그 친구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조금' 좋게 변하는 동안 이래저래 마음 고생 많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남자들이란 천둥벌거숭이여서 여자가 꼭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그 친구가 밥 먹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 "우린 남들과는 다르게 연애하는 거 같아. 만날 둘이 순댓국이나 설렁탕 같은 거나 먹으러 다니고 말이야. 그지?"

잠깐 바람 좀 쐬고 장 보러 가야겠다.

이 작가, 만화는 잘 그리는데 띄어쓰기는 공부 좀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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