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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석권'에 해당되는 글 23건
2011. 4. 13. 17:00

건축물처럼 보이게 찍었다.


내가 착해지고 싶을 때, 내 마음이 정말 지옥 같고 힘들 때 떨쳐 내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꼬맹이들하고 노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예쁜 책을 보는 것이다. 힘들 때 편하게 보기로는 아마 만화책이 으뜸이겠지만 건축책도 그 못지않다.  

한때 건축가를 꿈꾸기도 했다. 중학생일 때 개포도서관에 가끔 갔다. 폐가식으로 운영되던 일반 단행본 열람실과는 달리 연속간행물 열람실, 그러니까 잡지 열람실은 개가식으로 운영되었다. 덕분에 온갖 잡지를 자유롭게 볼 수 있었는데, 주로 보던 잡지가 <샘이 깊은 물>과 사진 잡지 그리고 건축 잡지였다. 아마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그때 보던 건축 잡지에서였을 것이다. 인간이 땅 위로 뭔가를 세워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일 텐데, 그 뭔가가 무척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정말 경이로웠다. 자연스럽게 나는 건축을 예술로 여기게 되었고, 지금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건축 잡지를 살펴본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과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은 그래서 고른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은 고대 이집트 아문신전에서 1994년 개항한 간사이 국제공항까지 건축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 50가지를 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파르테논 신전, 판테온, 노트르담 대성당, 타지마힐 같은 건축물과 글래스고 미술학교, 로비하우스같이 처음 듣는 건축물도 소개되어 있다. 다만 건축물 하나를 두 쪽에 담느라 사진이나 소개가 좀 부족한 듯하다. 번역물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좀 아쉽다. 일본 건축물로 세 가지(이세 신궁,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간사이 국제공항)나 꼽혔는데 우리 건축물은 하나도 없다는 점도 아쉽다.  

고전미와 현대미를 두루 소개하는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은 마음을 더 착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비블링겐 수도원도서관, 아드몬트 베네딕트 교단 수도원도서관처럼 중세 때 지은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독일 국립도서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처럼 현대에 지은 세련된 건축물. 더군다나 도서관이 아닌가. 이런 곳에 앉아 책을 읽으면 세상 모든 지식을 다 내 머릿속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읽다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프랑수아 1세는 1537년 12월 28일 발효된 몰펠리에 칙령에 따라 도서 검열을 목적으로 프랑스에 있는 모든 출판사와 인쇄소는 저자, 주제와 내용, 가격, 크기, 발행연도, 언어에 상관없이 새로 출판하는 모든 책을 도서관에 납본하게 하는 법률을 만들어 장서를 증가시켰다. 이는 곧 납본법의 효시가 되어 세계 각국으로 파급되었다. 영국은 1610년부터, 미국은 1846년부터, 독일은 1955년부터 그리고 한국은 1964년부터 납본법을 시행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다. 
납본제도가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는 권력 집단이 비판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출판물을 검열하거나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이 제도는 언론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다가, 나중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책들을 무료로 또는 싼 값에 총체적으로 수집하는 방편으로 이용되었다. 물론 지금은 효율적인 국가 문헌 수집과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138쪽 

우리나라에서도 책이 나오면 책의 갈래에 따라 두 권, 네 권, 여섯 권을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문화관광부에 납본해야 한다(내가 만든 책은 대체로 네 권을 납본하는 갈래에 딸린다. 두 권씩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납본된다. 그래서 국회도서관에 가면 책이 두 권씩 꽂혀 있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비록 반값이기는 하지만 책값을 출판사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 얄궂게도 납본법은 검열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건물(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의 중앙은 옛 로마의 거대하고 위협적인 이륜 전차를 조각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 전차들은 무지와 질투를 지배하는 아테나의 업적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을 의미한다. 모티머 애들러는 우리 마음의 '네 가지 자산'은 정보, 지식, 이해 그리고 지혜라고 했다. 이 네 가지 중 지혜는 가장 높은 단계의 자산이라 할 만하다. 이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나 미국의 유명한 대학의 캠퍼스에서 아테나를 표상으로 한 조각품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173쪽

고리타분한 인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지혜에 이르는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길이 책에 있다고 믿는다. 도서관을 늘려 좋은 책이 널리 읽힐 수 있게 한다면 좀더 인간이 지혜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할인률을 높여 책을 싸게, 떨이로 팔려는 영업은 책이 제값을 못하게 할 뿐이다.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은 각성해야 한다. 

출판계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나는 공공 도서관을 확 늘리겠다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럴 놈들도 아니지만, 한나라당 사람이라도 지지할 생각이 있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카'께서 그렇게 끌어올리시기 바라 마지않는 국격이 바로 올라갈 텐데 그걸 모른다. 정말 이 나라의 앞날을 준비한다면 예산은 4대강 사업이 아니라 도서관에 쓰여야 할 것이다.   

책을 보면 좋은 도서관이 갖춰야 할 조건이 몇 가지 소개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서관들에는 몇 가지 공통되는 특징이 있다. 첫째, 도서관 건물이 아름다우며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가. 둘째, 장서는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 반드시 양이 기준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100만 권 이상 장서를 보유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교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부상한 것은 1910년대 초반 장서 100만 권을 확보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로부터 90년 뒤인 2003년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은 장서 1,500만 권을 돌파했다. 이는 뉴욕 공공도서관 장서의 두 배에 달해, 미국 의회도서관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양이다. 셋째, 세계사적으로 역사를 바꾸거나 움직인 인물 또는 사건과 관련된 포괄적인 장서나 기록물을 구비하고 있는가. 넷째, 초기간행본(Incunabula, 1450년대 이후 1600년 이전까지 활판인쇄로 간행된 책. 요람본이라 하기도 한다) 또는 질 좋은 필사본을 어느 정도 소장하고 있는가. 다섯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또는 <36행 성서> 내지 셰익스피어 초판본을 보유하고 있는가.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23~24쪽 

사실 난 이런 조건에 마음 쓰지 않는다. 첫째, 둘째 조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세계 주요 도서관 장서수와 우리나라 주요 도서관 장서수를 옮겨 본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3,000만 권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은 1,500만 권(2003년) 
뉴욕 공공도서관은 850만 권(2003년) 
독일 국립도서관 1,640만 권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도서관 350만 권 
프랑스 국립도서관 1,300만 권

국립 중앙도서관
650만 권 
국회도서관 272만 권 
서울 대학교 도서관 4,445,000권 
남산도서관 44만 권(2008년) 
마포평생학습관 21만 권 
서강도서관 47,500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
닐 스티븐슨 씀, 이영아 옮김, 동녘 펴냄, 111쪽, 2008년 11월 25일 초판 1쇄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최정태 씀, 한길사 펴냄, 275쪽, 2006년 8월 15일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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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16. 00:43



돈이 고개를 저었다. 

“타타르의 죽음은 우리에게 실로 슬픈 일이지. 물론 친구로서 말일세. 하지만 말이야, 엠시. 우리 일은 매우 힘들어. 누구나 도망치고 싶어 하지. 처음엔 단순한 흥미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걸세.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육체의 변화와 생명의 집요한 저항, 피와 살, 살갗과 내장의 교향악은 상상 이상으로 기술자를 피폐하게 만드네. 실제로는 교향곡이라기보다 '고객'의 독창이지만 말이야.” 

290쪽.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이 책은 2008년 7월 7일 <한겨레>에 실린 기사 ‘무더위도 모르는 색다른 독서 체험’을 보고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렸다. 그 기사에 실린 책은 모두 세 권이었는데, <왓치맨>,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웨스팅 게임>이었다. 그래픽 노블 <왓치맨>은 2010년 여름에, <웨스팅 게임>
(<웨스팅 게임> 이야기는 요기에)은 2008년 가을에 읽었으니까 추천된 세 권을 다 본 셈이다(<왓치맨>은 영화로도 나와 있다). 기사를 쓴 구본준 기자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을 ‘기괴함’과 ‘끔찍함’이란 낱말로 소개했으니 더 궁금할 수밖에. 


사실 재미있고 기괴하기는 했지만 끔찍하지는 않은 듯했다. “뭐 이 정도 쯤이야.” 그런데 마지막 단편인 <괴물 같은……>은 차마 읽지도 못할 만큼 끔찍했다. ‘고객’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이야기는 읽는 사람까지 고통스럽게 해 정말 ‘피와 살, 살갗과 내장의 교향악’을 듣는 듯했다. 돈이 말한 대로다. 읽는 사람도 도망치고 싶을 지경인데 일을 하는 사람은 오죽할까. 파트너 타타르는 피폐함에 지쳐서 스스로 염산을 마신 것인지도 모른다. 


<끔찍한 열대>는 돈벌이를 위해 밀림으로 떠난 아버지와 아들이 주인공이다. 둘은 밀림에 고립되자 시체를 태워 구조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두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은 얼룩무늬 군단, 호랑이 떼였다. 삶이 그런 게 아닐까?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라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잘 풀리는 듯하다가도 뭔가에 뒤통수 맞는 것 말이다. 


좀 끔찍하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씀, 권일영 옮김, 이미지박스 펴냄, 350쪽 2008년 6월 1일 1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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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8. 18:02

한국의 현대시가 소란스러웠던 것은 잠깐이었다. 시를 음미할 수 없는 자들이 낡은 말풍선을 불어대며, 시의 그 근원적인 초월지향과 서정성을 야멸치게 능멸한 세월이었다. 이제 그들은 간 곳 없다. 그것이 오늘의 날렵한 현대시의 편협성이었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바란다. 현실과 기호는 다른데, 그들은 말들의 현실 속에서, 현실의 육체를 유기했다. 그래서 또 한 번 (신이 아니라) 시는 뒷걸음질 쳤다. 그런 풍경 앞에서 오래도록 침묵한 것이 아니라, 낮은 휘파람을 불던 시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껍데기는 껍데기고 알맹이는 말랑말랑한 것이다. 
99쪽. 이명원이 쓴 해설 <말랑말랑한 귀 - 김일영 시의 특이성> 가운데 

올해 처음 읽은 시집이다. 그런데 별로 건질 게 없었다. 외려 위에 옮긴 해설이 더 기억에 남았다. 오랜만에 읽은 시집이라 그런가 싶기도 한데....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김일영 씀, 실천문학사, 실천시선 181

조팀장 | 2011.02.23 17: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연히 들어왔다가... 티스토리에 가입을 안 하고 쓰려니 생뚱맞게 댓글을 남깁니다.
일 찾으시면 언제든 전화주세요. 010-2838-9110 이상한 곳 아니고, 좋은 출판사입니다. 조팀장입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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