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여름휴가다. 원래는 선선한 가을에 쉴 생각이었다. 계획을 갑자기 바꿔 휴가를 당긴 건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하루 푹 자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했다. 그래서 휴가를 내기는 했지만 사실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한참 더울 때 휴가를 내 본 적이 없어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전혀 모른다는 웃기는 걱정거리다. 더워서 집에는 못 있을 거 같고 그러면 맥북프로랑 책을 가지고 근처 카페에 가야 하나? 어쩌면 회사로 피서를 가는 꼴불견을 연출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견딜만 했다. 그렇게 덥지 않았고 나름 할 일도 많았다. 우선 여름휴가답게 늦잠을 푹 잤다. 자다 깨다 하면서도 낮 12시 기상이라는 성과는 냈다. 만족한다. 점심 먹고는 휴가를 기념해 스타벅스에서 더블샷을 한 잔 사 마셨다. 스타벅스에는 거의 가지 않지만 여름이면 더블샷 때문에 두어 번 간다. 더블샷은 바닐라 맛, 헤이즐너트 맛, 카라멜 맛 세 가지가 있다. 가끔 한 잔씩 마시면 여름 끝... 2시 45분에는 누구 만나러 선유도역에 잠깐 갔다가 영등포에 다녀왔다. 교보문고 영등포점에 가서 책 좀 보고(휴가 때도 서점을 찾는 이 놀라운 직업정신!)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냉동 블루베리 좀 사 왔다.
5시쯤 집에 돌아와서는 청소랑 빨래랑 하고 신문 보고 저녁 먹었다. 밤 11시에 한강 나가서 50분 정도 걷고 10분 정도 달렸다. 책을 읽지 않은 게 아쉽기는 한데 이 글 다 쓰고 책 좀 읽고 잘 생각이니까 아쉬움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 같다. 내일은 낮에 편집자 공부 모임 갔다가 조카 생일 선물 들고 조카님 알현하러 서울 반대쪽으로 가야 한다.
나름대로 하루를 알차게 보낸 듯해서 뿌듯하다. 그렇지만 이 행복한 마무리 뒤에 반전이 숨어 있으니... 이번 여름휴가가 언제까지냐 하면..... 어제까지다. 그렇다. 내 여름휴가는 어제 하루뿐이었다. ㅠㅠ 월요일에 출근하면 200자 원고지 3,000매짜리 원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출간 예정일은 8월 31일 금요일이다. 8월 한 달 난 죽었다.
작년 여름에 다녀온 서해 무의도에서. 바다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