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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08:53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 겨우 해발 8848미터 가지고? 에베레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제도권에 얽매여 거짓에 현혹된 사람이다.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다. 바로 요기스탄에 있는 럼두들(Rum Doodle)이다. 무려 해발 12,000.15미터에 달하는 산으로 진정한 지구 최고봉이다. 요기스탄이라는 나라도 모른다고? 에헤, 헛살았구만, 헛살았어. 

그렇다면 <럼두들 등반기>를 읽어 보라. 여기 그 생생한 기록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어떤 고난에도 무릎 꿇지 않은 럼두들 등반대의 뚝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감동이 지나쳐 눈물 대신 웃음이 터져 나올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구 최고봉, 전인미답인 럼두들은 마침내 등반대에 정상을 내주고야 말았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눈치 챘을 것이다. 제목에 '코믹 산악 소설'이라는 소개가 살짝 덧붙어 있다. 이 세 마디가 모든 허풍을 용서케 하는 면죄부일 것이다. 하긴 허풍이 좀 지나치기는 하지. 12,000.15미터라니...... 아무리 농담 같은 산이고 농담같이 진행된 산행이라고 해도 말이지. 이들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다. 정말 배를 산으로 끌고 갈 사공들이다. 그런데 대장 이름이 뭐더라? 자기들끼리는 '바인더'라고 하던데 진짜 이름은 뭐더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한 번도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대장이기는 했으려나.

아무튼 온갖 어려움을 뚫고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데 아뿔싸, 옆에 있는 노스두들(해발 10,500미터)에 오르고 만 것이었다. 

그러다 나는 알았다. 동쪽 저편으로 거대한 산이, 그 산의 번쩍이는 정상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내 머리 위로 1,500미터나 우뚝 솟아 있었다. 우리는 다른 산을 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태평한 사람들은 하늘이 편애하신다. 기운 넘치는 포터들이 등반대장의 명령을 잘못 알아듣고, 물론 언어학자이며 요기스탄 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콘스턴트의 미숙한 발음 때문이지만, 한달음에 럼두들 정상을 올라 버린 것이다. 등반대원들이 엉뚱한 길에서 헤매고 있는 동안 말이다. 아무튼 등반에는 성공했다. 덤으로 노스두들까지 올라 버렸으니 등반은 대성공인 셈이다. 

원작은 1956년 발표되었다. 

럼두들은 실재하는 산이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는 '럼두들'이 존재한다. 1959년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탐험대는 그들이 발견한 봉우리에 마운틴 럼두들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책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시작된 명명이 계기가 되어, 이 산은 현재 남극 지도에 공식 지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럼두들이라는 명칭은 지명뿐만 아니라 침낭, 산악단체, 말, 심지어 록밴드 이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럼두들은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럼두들 식당'이다. 이 식당은 에베레스트 등정대의 집결 장소이자, 산악인들이 8,000미터 급 산을 올랐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1980년에 영업을 시작해 지금도 성업 중인 이 식당의 벽면은 에드먼드 힐러리, 라인홀트 메스너, 로브 홀 그리고 수많은 셰르파의 친필 사인으로 장식되어 있다. 

<럼두들 등반기> The Ascent of Rum Doodle 
W. E. 보우먼 씀, 김훈 옮김, 마운틴북스 
2007년 12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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