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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위자'에 해당되는 글 3건
2012.04.03 00:13

그래, 다시 봄이다. 봄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 오고 다시 시간이 흐르면 가는 계절일 뿐이라 뭐 그리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겨울이 끝났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테니까. 더구나 겨울 도시가스비가 무서운 나 같은 차상위자들에게는 더 말해 무엇하랴. 새봄이 반갑기 그지없다. 

슬슬 운동도 할 겸 설악산 오를 체력도 키울 겸 주말마다 산에 오를 계획을 세웠다. 멀리 갈 것까지는 없고 우선 서울에 있는 산들만 돌아다닐 작정이다. 대충 뽑아본 목록은 다음과 같다. 남산(262미터), 아차산(287미터), 안산(296미터), 인왕산(338미터), 북악산(342미터), 용마산(348미터), 남한산(480미터), 청계산(618미터), 관악산(632미터), 북한산(837미터). 요기 말고 수락산과 도봉산도 있지만 거기는 좀 멀어서, 우면산은 작년에 수해로 휩쓸려 간 지뢰가 있다고 해서 포기했다. 아차산과 용마산 또한 가까운 건 아니지만 한 번에 다녀올 생각이고 남한산은 거여동 사는 막내 동생네 다녀오는 길에 올라갈 계획이다.   

3월 18일에 남산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24일 안산, 25일 인왕산, 27일 북악산, 31일 다시 인왕산을 다녀왔다. 25일에는 종필 선배 꼬셔서 같이 다녀왔다. 확실히 혼자 오르는 것보다 같이 오르는 게 덜 힘들기는 하더라. 선배한테 얻어먹은 삼계탕이 맛있기도 했고. 4월 1일에는 용마산에 가려고 했는데 추워서 다시 집에 들어왔다. 8일에 교회 갔다가 다시 용마산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옛날 살던 군자동 골목을 헤맬 작정이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인왕산 성곽길에 못 가게 막아놓은 구간이 하나 있다. 그 구간이 5월 27일에 풀린다고 한다. 인왕산 갈 때마다 그 길로 다니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잘됐다.  


3월 18일 안산을 오르는데 눈이 내렸다.


안산 정상 봉화대. 오른쪽으로 눈 덮인 북한산이 보인다.


안산 봉화대 한 장 더. 파란 하늘에 방울져 보이는 건 먼지가 아니라 빛 알갱이다.


인왕산에 같이 간 종필 선배.


서울 북문인 숙정문. 조선 시대에는 닫아놓는 문이었다고 한다. 열어놓으면 도성 안 여자들이 음란해지기 때문이라고.


인왕산에서 내려다 본 경복궁.


인왕산 기차바위 모습. 이쪽으로 내려가면 홍지문이 나온다.


피리 | 2012.04.03 09:5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회삿일도 많아서 맨날 야근하면서 무슨 짬으로 이런 것까지 하고 있댜?ㅎㅎ 바람은 거셌어도 그날 볕은 참 좋았지. 커피도 밥도 맛있었고!
Favicon of http://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12.04.03 21:30 신고 | PERMALINK | EDIT/DEL
선배랑 커피 마시고 놀러다니는 낙으로 삽니다요.
이봉호 | 2012.04.04 11: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왕산....땡기네요....20년전에 구두신고 겨울에 등산한적 있었는데...꼭 다시 가보고 싶은 산입니다 ^^
Favicon of http://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12.04.04 22:56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인왕산이라면 이봉호 선생님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데
같이 한번 다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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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7 09:49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온 땅 위에 있는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들이 너희의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또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와 땅 위에 사는 모든 것, 곧 생명을 지닌 모든 것에게도 모든 푸른 풀을 먹을거리로 준다."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창세기> 1장 29~30절 

주 하나님이 사람에게 명하셨다.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창세기> 2장 16~17절 

요즘 성경을 읽고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으로서 경전인 성경을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괘씸한 일인 듯 싶고, 고전으로서 인정받는 텍스트를 완독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쪽수가 많아서 2년 안에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내가 보는 성경은 10년 전에 산 표준새번역 성경인데 신구약 합쳐서 1,588쪽에 달한다. 그것도 글꼴이 대략 7, 8포인트 정도에 2단 편집이라 양이 엄청나다. 내 신심으로는 2년 안에 끝내는 것도 기적일 터. 2년 안에는커녕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하나님은 지극히 관대하신 분이라 애쓰는 나를 기꺼워하시리라 믿는다(천연덕스럽게 이런 말을 써 놓다니.... 내가 생각해도 가소롭다). 이런 성경을 인기는 몇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목사로서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단하다 싶다. 

가끔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천국에서는 고기를 먹을 수 없을 테니 살아 있을 때 많이 먹어 두라고. 이 생각은 히브리 민요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에서 따온 것이다.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사막에 꽃이 피어 향내 내리라 
주님이 다스리는 그 나라가 되면 
사막이 꽃동산 되리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놀고 
어린이들 함께 뒹구는 
참 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이제 속히 오리라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1절  


그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이사야서> 11장 6~9절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놀다, "어이 양, 내가 배고프거든" 하고 점심거리로 양을 잡아 먹을 거 같지는 않다. 이사야가 전하듯이 앞으로 올 하나님 나라에서 서로 잡아먹는 일이 없다면 그 옛날 에덴동산에서도 다른 생명의 피와 고기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창세기를 읽으면 내 말이 구라는 아닌 듯하다. 창세기 1장 29~30절과 2장 16~17절에 채소와 열매만이 먹을거리로 허락되어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짐승 또한 푸른 풀을 먹이로 삼았다. 육식, 그러니까 고기가 먹을거리로 처음 언급된 건 홍수 사건 이후다(창세기 9장 3절).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희의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내가 전에 푸른 채소를 너희에게 먹을거리로 준 것같이, 내가 이것들도 다 너희에게 준다. 
<창세기> 9장 3절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 확실하게 말하기는 뭐하고 돼지고기랑 정크푸드를 빼면 내 식도락에서 남는 게 없지만, 오랫동안 채식주의가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올바르다 생각했다(요즘은 생태적으로도 올바른 일이 되었다)하나님이 사람에게 고기 대신 채소와 열매를 먹을거리로 준 데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이래저래 바람직한 선택은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질문도 있다. 창세기를 읽어 보면 아벨이 양을 치는 목자였고, 야발은 집짐승을 치는 사람의 조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짐승을 쳤을까? 제사에나 쓰려고 길렀을까? 눈 앞에 먹음직스러운 고기덩어리가 있는데 정말 참고 먹지 않았을까? 좀 의심스럽다. 아무튼 고기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좀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물가가 하도 올라 푸성귀 사 먹는 것조차 나 같은 차상위자로서는 버거운 일이다. 
 

내가 다니는 나들목교회 예배 모습. 2009년 5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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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4 18:30
지난 달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짧게 쓴 글이 있다. 바로 앞에 있는 글인데, 시간도 없고 남들과 나눌 만큼 깊은 생각도 없어 옛날에 어느 게시판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올렸다. 그런데 그 글을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노회찬이 쓴 글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글이다.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를 밝히고, 그 정신을 좇아서 여성운동을 정치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함을 역설한 글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내에게 붉은 장미를 건넴으로써 자신의 다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으니 어쩌면 이리 아름답게 글을 맺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내가 쓴 글에는 그만한 깊이나 의지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기껏 일 년에 한 번 꽃으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때우려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다. 결국 나도 한낱 수컷에 지나지 않을 뿐임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다. 

여성운동의 지난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여성의 권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원래 남성들이 너그러워서? 물론 여성 인권을 위해 성심껏 도운 남성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 가운데 남성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이상 여성운동에 뜻을 같이한 남성은 소수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의 과거에, 우리 아내의 현재에, 우리 딸의 미래에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으며 앞으로 끼칠 테지만, 기득권자로서 정치적, 경제적인 이익에서 자유로울 아버지, 남편, 아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굳이 '삼종지도'[각주:1]를 들먹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따라서 분명하다. 여성의 권리는 여성이 쟁취해야 한다.  

여성 스스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투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운동이 모든 여성이 함께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세상은 몇몇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한다고 이룰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요즘 '골드 미스'라 불리는 여성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잘나가는 여성이 꽤 있다는 소식이 나쁘지는 않다. 그렇지만 전체 여성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2005년 자료를 보면 여성 임금은 남성 임금의 61%에 지나지 않으며, 여성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비정규직이다. 지난 1년 동안 일자리를 잃은 103,000명 가운데 남성은 19,000여 명이지만 여성은 무려 84,000여 명이라고 한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현실은 몇몇 잘나가는 '골드 미스'로 덮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 여성 문제와 관련해 뭔가 대단한 경험이 내게 있는 것은 아니며,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공부한 것 또한 아니다. 내가 사회적으로 보잘것없는 '차상위자'기는 하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느껴 본 적이 나는 없다. 그리고 나는 잠을 줄여 딴청을 필 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하나 있을 따름이다. 그것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것이다. 뭔가가 되기를 바라고 뭔가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똑같이 욕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하여 남성에게 허용된 것이 여성에게는 허용될 수 없단 말인가?  

그렇다고 여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은 사회를 남성들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이치와 도리에 맞게 돌아가는 사회,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움직이는 사회야말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충분히 누리며 행복할 수 있는 사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난 이 세상의 반쪽인 여성들을 응원할 것이다, 열렬히.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에서 한 구절을 인용한다. 

남성 주체의 해체는 여성 주체의 해체를, 그리고 여성 주체의 해체는 남성 주체의 해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동일은 같은 것을 차이에서 밝힌 것이고, 차이는 다른 것을 동일에서 밝힌 것"이라는 원효 대사의 <금강삼매경론>을 원용해 위의 주장을 풀이한다면, 남녀의 평등은 같은 인간이라는 문제를 차이에서 밝힌 것이고, 남녀의 차이는 다른 것을 같은 인간이라는 문제에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와의 대화> 169쪽, 송두율 씀, 한겨레출판 펴냄.
  1. 三從之道: 여자가 마땅히 좇아야 할 세 가지 도리를 말한다. 어릴 때는 아버지 뜻을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며,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 뜻을 따라야 한다는 뜻. 여성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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