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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밤'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04.06 02:53
오늘 나들목교회 주일 예배에 갔다. 열다섯 달만이다. 고민 많은 하루였다. 고민이 많은 만큼 생각 없이 몸을 놀린 하루기도 했다. 참 얄궂다. 

지난 금요일 저녁 때 김형국 목사님 전화를 받았다. 사실 그전에 목사님을 몇 번 만났다. 이 일을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인지 함께 생각해 봤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김 목사님이랑 나는 기독교인답게 처신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원래는 금요일 저녁에 당사자들끼리 만나 함께 얘기하기로 했는데 목사님이 너무 피곤하다며 그 모임을 늦추기로 했다. 

김형국: 그 모임은 조금 뒤로 미루고 이번주부터 다시 나와라. 이번주에 중요한 설교 시리즈를 시작하거든.
나: 에이, 그냥 5월부터 다닐래요.
김형국: 이 녀석이. 목사 말을 들어야 복을 받지. 
나: 저 복 같은 거 관심 없어요. 
김형국: 그래야 장가도 가지.
나: 옙, 바로 이번주부터 가겠습니다. 

이렇게 됐다. 목사님이 '장가' 얘기를 꺼내시니 즉각 '순종 모드'로 전환되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갈팡질팡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마침 혜영이 누나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누나에게 전화했다. 

나: 내가 일요일 낮에 늦잠 자지 않고 교회 갈 수 있게 꼬셔 주라. 

토요일 저녁 때 만나서는 이렇게 말했다. 

나: 누나랑 나랑 오늘 같이 밤 새워야 해. 그래야 내가 제시간에 가지 그렇지 않으면 전화기 꺼놓고 처잘 거야. 

누나가 전화해 준다는, 효과를 믿을 수 없는 약속만 듣고 헤어졌다. 그러고는 새벽 3시쯤 잤다. 눈을 떠 보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더 잘 수 있어서 행복했다. 11시에 다시 잠이 깼다. 일어나야 하나 알람을 끄고 더 잘까 고민하는데 전화가 왔다. 빨랑 일어나 씼고 나오란다. 그래도 이불 속에서 12시 20분까지 밍그적거렸다. 이 다음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움직였다. 머리 감고 옷 갈아입고 한걸음에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 목표는 단 하나. 어떻게든 아는 사람 만나지 않고 예배당에 들어가는 것, 이거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신설동역에서 나오자마자, "오빠!" 정희다. 살이 좀 빠진 듯했다. 몇 마디 나누며 걷다 다시 걸음을 빨리했다. 길 건너편에서 누가 부른다. 영섭이랑 민정이 누나다. 한 번 손 흔들어 주고 내처 걷는다. "어, 오빠." 빛나다. 8년 전에 처음 봤을 때가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벌써 혼담이 오간다니 참 세월 빠르다. 다 귀찮아 큰길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다 왔다. 예배당이다. 이제부터 진짜 조심해야 하는데. 

늦게 왔다고 조금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동안 목사, 재국이 형, 혜진인지 현진인지 세쌍둥이 가운데 한 명, 자현이, 윤경이 만났다. 그 사이 재국이 형은 둘째를 낳았고, 윤경이는 처녀 때처럼 다시 호리호리해졌다. 3층 방송실에 가 봤다. 호진 간사 잠깐 보고 동훈이 만났다. 

드디어 예배당 잠입에 성공. 자리는 문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골라 앉았다. 이제부터는 조용히 앉아 있다 살그머니 나가면 끝이다. 그런데 영상물을 보여 주는 시간에 컴컴한 예배당을 어슬렁거리는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김형국 목사님이었다. 내 바로 옆에 서 있으면서도 다행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천만다행이다. 

'다 지나갈 것이다'라는 말처럼 그렇게 예배도 결국 마쳤다. 축도 뒤 후주가 나오는 동안 냉큼 예배당을 빠져 나왔다. 서둘러 나오다 화들짝 놀랐다. 현진이와 마주친 것이다. 거의 2년만인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는 먼저 나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혜영이 누나에게 눈도장만 받으면 모든 게 끝이다. 어린이도서관으로 갔다. 꼬맹이들은 많은데 나를 알아보는 꼬맹이는 없었다. 민지도 안 보이고. 혜영이 누나에게 인사하고 가려는 찰나, 혜성 사모님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커피 사 준단다. 난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말이다. 민영이 형, 원근이 만났다. 경은이는 임신 8개월이라고. 남희 목자는 여자 친구 있냐는 얘기부터 꺼내고. 현진이랑 잠깐 얘기하다 나왔다. 건널목에서 혜란이 만났다. 이제 다 끝났다. 

무슨 첩보영화 찍듯이 교회에 다니는 것도 나름 박진감 넘치고 괜찮았다. 이짓을 계속할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계획이 조금 바뀌기는 했다. 한 달 정도 정리하는 동안 '광란의 밤'을 보내려 했는데 이제는 바로 '광란의 밤'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광란의 밤'이 무어냐고?  

영화 '러브 액츄얼리' 가운데 한 장면. 언젠가 꼭 써 먹고 싶었던 대사다.


비밀댓글 | 2009.04.13 21:3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I see.
Favicon of http://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9.04.17 02:24 신고 | PERMALINK | EDIT/DEL
비밀댓글 님도 나를 봤다는 말이죠?
비밀댓글 | 2009.04.17 11:2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에~ 그니깐 '비밀댓글은 좀 괴롭다'는 느낌의 댓글을 달아 주셨길래 비밀댓글 안 쓰겠다고 "알겠음다" 뜻으로 썼음다.보긴 보았죠. 영어를 남발해 버렸네요.^^;;
권혜란 | 2009.04.15 01:1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도 봤는데.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ㅋ
Favicon of http://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9.04.17 02: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5일에는 건널목에서 봤는데 12일을 얘기하는 건가?
"아무튼 또 봅시다"라고 쓰고 싶은데
권이 키우느라 바빠지 않으신가, 아무튼.....
울 사무실 쪽으로 오면 커피든 밥이든 꼭 대접하리다.
| 2009.04.17 11: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Favicon of http://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9.04.13 03: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비밀댓글은 피해 주심이 어떠실지요.
누나 | 2009.04.20 02:3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댓글만 쓰지 말고..글도 좀 올리지 그러냐..?
뭐..교회를 다시 다니니 너무 좋다..라는 글 이라도..ㅋㅋ
거..누구를 봤네 하는 글 말고 말야..

인간이 교회 다니니 좋은가보네 커피마시자는 전화도 안하고..
맨날 바쁘다는 소리만 하니..
올해안에 장가가겠따..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Favicon of http://heartone.tistory.com BlogIcon 심장원 | 2009.04.21 12:51 신고 | PERMALINK | EDIT/DEL
바쁜 사람이 어떻게 장가를 가겠어요?
소개팅으로 바쁜 사람이 아니고서야.
전 밥벌이에 바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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