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0 01:57
[익자삼우]
오늘은 차마 실명을 쓰지 못하겠다. 뭐 엄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좀 거시기 해서 그래야 할 듯하다.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요상한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아 이 나라 경제를 살린답시고 불철주야 열심히 삽질을 하고 계시는데, 이 미련한 아랫것들은 술이나 퍼 마시고 있다니, 어찌 이토록 좌빨스런 작자들이 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지난 금요일에 김 아무개를 충무로에서 만났다. 반 년만에 만나 같이 저녁 먹고 술 한잔 하고 그랬다.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도 하고. 오늘은 내가 밥을 샀다. 한 백만 년만인 듯싶었다. 그러고는 커피나 마시러 가자고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이 친구 술집을 찾아 기웃거린다. 그러라고 내버려 두었다. 내가 아는 충무로에는 그 친구 취향에 맞을 만한 술집이 없다. 조금만 더 헤매면 커피빈이나 탐앤탐스로 기어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안타깝지만 충무로에는 괜찮은 커피집도 없다). 그렇지만 눈 밝고 술 고픈 친구는 끝내 날 어딘가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 술집은 2002년부터 충무로에서 일한 나도 한 번 가보지 못한 술집이었다. 그 밑에 있는 생과일쥬스 집은 가끔 갔지만 말이다.
그 원수 같은 술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한 병이 되더니 결국 두 병이 되었다. 이날은 어찌된 일인지 나도 좀 마신다고 마셨다. 난 무슨 술이든 두 잔이면 끝이다. 소주든 맥주든 막걸리든 두 잔이면 더 마실 생각을 하지 않는데 이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마 그거 다 마시면 집에 갈 수 있다고 '착각'했는지 모른다. 역시나 한 병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친구 집에 가자고 나서더니 날 끌고 신촌으로 가는 게 아닌가. 거기서 이 친구는 곯아떨어지고 나 혼자 떠들다 2시쯤 헤어졌다. 다행히 언젠가처럼 화장실 간다고 사라지지는 않았다. 박 아무개 술버릇에 견주면 그래도 귀엽기는 하다. 덕분에 난 며칠 힘들었지만 말이다.
매번 술값이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년에 두어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친구라 거절하기도 난감하다. 원래 남에게 많이 베풀려 애쓰는 친구라는 것을 모르지 않고.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천호동 어느 신문보급소에 얹혀살던 1993년인가 보다. 어느날 저녁 이 친구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둘이 한참 떠들다 보니 지하철이 끊길 시각이 되었다. 이 친구는 자기 때문에 너무 늦게 되었다고 내게 택시비를 주겠다고 했다. 이번엔 둘이 한참 받아라, 못 받는다 승강이를 하다 헤어졌다. 물론 차비는 받지 않았고 다행히 지하철이 끊기지 않았다. 이 친구는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난 차 끊어졌을까 봐 택시비 챙겨주려 한 그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이 친구 그때 방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방위 월급이 얼마 한다고 그걸 챙겨주려 했을까?
이 친구네 집에 기타가 두 대 있단다. 한 대는 옛날에 샀고, 얼마 전에 하나 더 샀다고 한다. 그런데 소리는 옛날에 산 기타 소리가 외려 새로 산 기타 소리보다 더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기타 네가 골라 준 거잖아. 1991년 2월에 같이 낙원상가 가서."
사진 속 여자 사람은 어찌어찌해 함께 술 마신 김 아무개다. 우연히/우연치 않게 같이 술을 마시다, 사진 얘기가 나왔다. 되게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자기 사진이 에스엘알클럽(SLR Club)에서 일면 먹은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 일면에 오른 사진이 여럿 있었다. 위에 있는 사진은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찍었단다. 그날 무지 추워 혼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이라고.
충무로에서 헤매다 전윤희 누님 만났다. 유일한 실명이다.
2009/05/06 01:07
[요산요수]
이런 말 하기는 우습지만, 요즘 내가 참 대견스럽다. 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짓, 전혀 꿈꾸지도 못했을 짓을 하기 때문이다. 또 혼자 산에 다녀왔다. 등산이라는 것을 할 때 나처럼 게으른 족속들이 보여 주는 행태란 뻔하다. 마치 백두산이라도 오를 듯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산자락에 닿으면 으레 이렇게 말하기 일쑤다. "땀 흘리는 건 아랫것들이나 하는 짓이야." 내가 지금껏 고수해 온 이 뿌리 깊은 전통을 최근에 저버렸다. 내 동지들에게는 도리가 아닌 듯하지만 말이다.
2009년 마지막 연휴(아직 5월인데도 마지막 연휴란다)를 맞아 무얼 할까 고민하다 혼자 훌쩍 북한산에 다녀왔다. 지난 번에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포기한 불광매표소에서 시작해, 향림담과 향로봉을 거쳐 비봉까지 오를 계획을 잡았다. 6호선 독바위역에 도착한 시각이 2시 45분께였다. 날씨가 더워 남방을 벗고 신발끈을 다시 묶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는 했지만 얼마만큼 오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나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으니까. 오늘은 또 무슨 핑계로 나를 속일지 사뭇 궁금하기는 했다.
2시 55분 불광매표소를 지났다. 사람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사람이 없어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무슨 초장부터 낭팬가. 대충 아무 암벽이나 기어오르다 길을 찾기는 했지만 '등산로 아님'이란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참 오늘 산행도 험난하겠다 싶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다고 해서 다 길은 아니었다.
향림담에 도착한 시각은 얼추 3시 30분. 기대하지 않았지만 향림담은 아주 조그만 연못이었다. 밑에 찍어 놓은 사진이 있다. 보면 알 것이다. 향림담에서 향로봉을 오르는 길은 지루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걷고 또 걷기만 했다. 요즘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어서 그런지 힘들지는 않았다. 작년에 족두리봉 오르다 심장 터지는 줄 알았던 걸 생각해 보면 정말 사람답게 살고 있다 싶다.
열심히 열심히 올라왔는데 아쉽게도 향로봉에는 오를 수 없었다. 떡하니 '출입제한구역'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비봉도 마찬가지였다. 봉우리가 바위 봉우리라 장비가 없으면, 두 사람 이상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말 잘 듣고(귀가 얇고) 규칙 어기지 않는(벌금이 두려운) 나로서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그렇게 향로봉,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까지 보고 내려왔다. 사모바위에 도착한 시각은 5시께. 내려오는 길은 승가사 쪽으로 잡았다. 승가사에 5시 20분쯤, 승가공원지킴터에 5시 35분에 닿았다. 마지막으로 이북5도청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시각이 5시 50분이었다. 세 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힘들지만 산에 다녀오면 뿌듯하다.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해치운 느낌이랄까. 아주 상쾌하다. 사실 별거 아닌데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자주 가고 싶지만 내 주체하지 못하는 게으름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려오면서 이번 주 토요일에 또 갈 마음을 먹기는 했다. 누구 같이 갈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는데..... 다만 나랑 성염색체 구성이 다른 사람이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XY 말고 XX 말이다. 헌데 XX들은 등산 좋아하지 않는다지? 결론은 꿈 깨라?
재미있게도 주점 이름이 '요산요수'다. 여기서 한잔 걸치고 갈걸 그랬다.
요게 향림담이었다.
작년 12월에 오른 족두리봉. 이럴 때 망원렌즈가 아쉽다.
출입제한구역이 된 향로봉. 바로 앞에서 물러나야 해 많이 아쉬웠다.
멀리서 바라본 비봉. 진흥왕순수비가 보인다.
비봉. 암벽이라 보호장비가 없는 사람, 두 명 이상으로 조를 짜지 않은 사람은 들어가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사모바위. 장군바위라고도 한다. 어느 처자를 사모하던 총각이 바위가 된 사연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2009/05/02 22:09
[익자삼우]
사진 출처 : '광란의 밤' 진보신당 "노는 물이 달라" - 오마이뉴스 이상엽
4월 29일 치른 울산 재선거에서는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 당선했다. 재선거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손쉽게 따돌렸지만, 정작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와 단지 26표 차이였다고 한다(<한겨레> 기사 참조).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많이 아쉬운 일이었을 텐데 깨끗하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 주었다. 민주노동당원인 내가 생각해도 당 주류인 자주파는 무능한 집단이지만 이번 결단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참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뭐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요즘 내가 일 때문에 자주 통화하는 사람이 진보신당 대변인인 김종철 선생님이다. 사실 나는 마음이 급해 시도 때도 없이 전화했지만 김 선생님이 전화를 잘 안 받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재선거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셨을 테고, 무엇보다 내가 하려는 말이 거의 뻔했기 때문이다. 원고 달라는, 또는 얼마나 쓰셨냐는. 다행히 조승수 의원 당선으로 김 선생님도 기운이 나시나 보다. 연휴 동안 시간 내서 완성하신다고 하니 며칠 더 기다릴 생각이다.
사진은 이번 재선거 축하 뒤풀이 자리에서 김종철 선생님이 키보드를 아코디언인 양 연주하는 장면이다. 연주에 몰입한 모습이 진짜 키보드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나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 잘생겼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만큼 잘생긴 정치인 참 오랜만이지 않은가. 생긴 것도 올바르고, 생각은 더 올바른 정치인 말이다. 이제는 그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김종철 선생님, 앞으로도 딱 이만큼만 해 주세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사진 출처는 다음과 같다. 이 주소를 따라가 보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폼 잡고 '기타' 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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